'종전 선언'하며 北에 구애했는데…文, 실종자 총살·화형 몰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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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4 15:40   수정 2020-09-24 16:19

'종전 선언'하며 北에 구애했는데…文, 실종자 총살·화형 몰랐나



문재인 대통령이 23일(미국 현지시간 22일)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평화를 보장하고 세계질서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시작은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밝힌지 하루 만에 북한이 실종된 연평 공무원을 총살하고 바다에서 화형시킨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국방부는 24일 오전 입장문을 통해 지난 21일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 지도 공무원 A(47)씨가 북측의 총격으로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졌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실종 신고 접수 하루 뒤인 22일 오후 3시 30분께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최초 발견됐다.

북측 선원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A씨로부터 진술을 받는 정황을 군은 포착했다.

이로부터 6시간 정도 지난 오후 9시 40분께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와 A씨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총격 직전에 해군 계통의 '상부 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국방부는 "우리 군은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측이 이런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런 만행을 강력히 규탄하며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북 측이 오후 10시 11분께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우는 상황에서도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신을 불태운 정황은 연평도 감시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군은 A씨가 북측 해역에서 북측 선박에 발견된 후 피격까지 약 5∼6시간 동안 북측에 남측 인원임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응이 부적절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3일 오전 1시부터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으며 24일 오전에도 서욱 국방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등이 청와대에서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예정됐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도 낮 12시로 당겨 개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전 1시30분부터 화상으로 사전 녹화됐던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언급 직전 북한의 만행이 있었던 것이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 선언' 발언 이후 불과 하루도 안돼 피격 사망 사실이 전해졌다는 게 곤란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 됐다.

청와대 측은 북한군에 의한 A씨 사망 사건 이후 문 대통령이 유엔(UN)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요청하는 연설을 한 것과 관련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 연설을 수정하거나 (취소하는) 판단을 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사전 녹화된 연설 영상이 방영되는 동안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등 관계장관회의에서 수집된 첩보를 분석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군이 남측의 비무장 민간인을 잔인하게 사살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가 북한이 A씨에게 총격을 가했고 시신을 불태운 것을 확인하면서 북한 군에 의한 민간인 사망 2번째 사건이 됐다.

12년 전인 2008년 7월 11일 북한 금강산으로 간 민간인 박왕자씨는 북한군의 초병 총격으로 사망했다. 당시 박씨는 해안가를 산책하다가 북한군 해안초소 초병이 등 뒤에서 쏜 총탄에 맞아 숨졌다.

평범한 주부였던 박씨 사망 사건 발생 후 우리 정부는 북한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신변 안전 보장의 ‘3대 선결 요건’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금강산 관광은 중단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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