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콘텐츠株' 가도카와에 꽂힌 직구족

입력 2020-09-24 17:28   수정 2020-09-25 02:26

미국 기술주를 ‘편식’하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최근 일본 종합 콘텐츠기업 가도카와(종목명 가도카와 드왕고)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의 가도카와 보유 잔액 규모는 2146억원(지난 23일 기준)으로 미국 AT&T(2075억원), 넷플릭스(1588억원), 스타벅스(1348억원)보다 많다. 한국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 종목 대부분이 시가총액 10조원 이상 초대형주인데 가도카와의 시가총액은 약 2조원에 불과하다.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日 콘텐츠주 가도카와 급부상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가도카와 보유액은 올 들어 빠르게 늘었다. 지난 4월 말 132억원, 6월 말 756억원, 8월 말 2038억원 등이었고 최근에는 미국 최대 통신사 AT&T도 넘어섰다.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종목 테슬라는 보유 잔액이 지난 4월 말부터 이달 23일까지 8.3배 늘었는데, 가도카와는 같은 기간 16.2배 늘었다.

가도카와는 올초까지만 해도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에 있었다. 예탁원은 국내 투자자가 많이 매수한 종목을 국가별로 50위까지 공개하는데, 가도카와는 지난 3월까지 이 목록에 없었다. 지난 4월 6일에서야 일본 종목 매수 47위(14억원)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 투자 규모가 급증했다.

가도카와는 1945년 설립된 출판사에서 시작된 기업으로 책, 영화, 웹툰 등을 두루 만든다. 국내에서 2016년 큰 인기를 끈 영화 ‘너의 이름은.’을 제작한 곳이다. 2014년 미국 드왕고와 합병해 사명을 ‘가도카와 드왕고’로 바꿨다가 이듬해 다시 가도카와로 원상 복귀했다. 종목명은 ‘가도카와 드왕고’를 쓰고 있다.

가도카와의 2020 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670억원, 897억원이고 영업이익률은 4.0%다. 사업별 매출 비중을 보면 전자책을 포함한 출판이 56.5%로 가장 크다. 이어 영상 콘텐츠 23.0%, 커뮤니티 운영 등 온라인 서비스 24.7%, 기타 전자상거래 9.3% 등이다.
카카오 등에 업혀 순항할까
가도카와가 한국 투자자 눈에 띈 데는 국내 2위 비대면주 카카오가 이 회사에 전략적 지분투자를 한 게 큰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는 이 회사 지분율을 지난 6월 말 2.7%, 7월 말 4.9%, 8월 말 7.3% 등으로 빠르게 늘렸다. 최근 지분율은 이 회사의 자사주 보유분(11.2%)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다. 카카오 관계자는 가도카와 지분 매수 이유를 “일본법인이 현지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콘텐츠 앱 ‘픽코마’에 웹툰 등을 공급받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가도카와가 카카오를 통해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픽코마는 일본에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일본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비게임 부문 매출 1위에 올랐다.

일본 오카산증권은 지난달 낸 보고서에서 가도카와에 대해 “온라인 이벤트를 여는 등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엔터테인먼트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일본 증권사의 가도카와에 대한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2023년 1637억원이다. 2020년 896억원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런 전망을 반영해 가도카와 주가는 저점을 찍은 지난 3월 19일 이후 160.32% 올랐다. 이 기간 닛케이225지수 상승률(39.48%)보다 월등히 높다.

모하메드 아심 후세인 KB증권 수석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예전보다 높아졌다”며 “카카오를 등에 업고 한국 등 해외 진출의 폭을 넓히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가 없진 않다. 가도카와의 영업이익 흐름을 보면 2016년 1006억원, 2017년 929억원, 2018년 343억원, 2019년 299억원, 2020년 896억원이다. 최근 반등했지만 워낙 실적 악화가 심했기 때문에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정도에 그친다.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올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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