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SC 대신 아카펠라 공연 관람한 文…野 "군 통수권자 맞나?"

입력 2020-09-25 11:56   수정 2020-09-25 11:58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 A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현장에서 시신이 불태워진 것으로 밝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같은 사실이 발표된 24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 대신 서훈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 회의' 소집을 지시했다.

청와대에서 NSC 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시각 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아카펠라 공연 등을 관람했다. 야권에서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직후 대통령 일정으로는 부적절했다며 반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국민은 분노와 슬픔에 빠졌는데 한가롭게 아카펠라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는지 기가 차고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A씨가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전반적으로 부실대응한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22일 오후 3시30분쯤 북측 지역에서 부유물에 탑승한 채 기진맥진한 상태로 발견됐다.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방독면을 착용한 상태로 A씨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다 북한은 돌연 단속정을 현장으로 보내 약 6시간 만인 오후 9시40분께 A씨에게 총을 쐈다. 오후 10시11분에는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웠다.

군은 이런 과정을 관측장비로 확인하고 6시간 가량이나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바로 (A씨를)사살하고 불태울 것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우리도 북측이 우리 국민을 몇 시간 뒤 사살할 것이라 판단했다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적 지역에 대해 즉각 대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이 우리 측에 '북한군이 A씨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지만 이 같은 보고는 묵살됐다.

국회 국방위 소속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문 대통령이 실종 국민이 북한에서 발견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은 22일 6시36분이다. 이때만 해도 우리 국민은 살아있었다"며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문 대통령은 첫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 충격적"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결국 국방부는 3시간 뒤인 9시40분경 우리 국민이 총살되고 불태워지는 걸 멍하니 지켜봐야만 했다"며 "국민이 처참하게 살해당하고 시신까지 훼손됐다는 보고를 받고도 문 대통령은 북한에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국민을 지킬 의지가 없는 대통령을 보면서 참 절망스럽다"고 했다.

역시 국방위 소속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9월 23일 (오전)0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에 대통령은 불참하고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맞습니까?"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의원은 "세월호 7시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 간 사람들이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옹호하기 위해)무슨 궤변을 늘어놓을까"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사건은 각종 도발에도 유화책으로 일관한 우리 정부가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준 탓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을 때 청와대는 강하게 유감을 표명하고 강력 대응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후 북한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새로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오히려 대북제재를 피해 북한을 지원할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군이 이렇게 된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통수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며 "서해에서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유린한 직후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말했고, 대면보고를 받은 직후에도 군 진급 신고식에서는 평화를 얘기했다.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대해 북한을 응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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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1일 (월)

오전 11시30분 군, 해양수산부 소속 관공선 승조원 1명 실종 신고 접수.

오후 1시50분 해경, 해군, 해수부 선박 20척 및 해경 항공기 2대 해상정밀수색 실시.

오후 6시∼ 대연평도, 소연평도 해안선 일대 정밀 수색.

▶ 9월22일 (화)

오후 3시30분 한국 군, 북한 수상 사업소 선박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구명조끼 입은 채 부유물에 탑승한 실종자 최초 발견한 정황 입수.

오후 4시40분 (한국 군 분석 결과) 북한군, 방독면을 착용하고 실종자와 일정 거리 떨어진 상태로 실종자의 표류 경위 확인. 월북 진술 청취.

오후 6시36분 대통령에 관련 사실 1차 서면 보고.

오후 9시40분 북 단속정, 상부 지시에 따라 실종자에 사격.

오후 10시 북한군, 방독면 및 방호복 착용한 채 시신에 접근해 불 태움. 연평도에 있는 한국 군 감시 장비도 오후 10시11분께 불꽃 포착. 시신 불태우는 상황 관측.

오후 11시∼자정 사이 군, 해당 사실 국방부 장관에 보고.

▶ 9월23일 (수)

오전 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 문재인 대통령 불참.

오전 1시26분 문재인 대통령 UN총회 연설에서 종전 발언(녹화분 방송).

오전 8시30분경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 대면 보고.

오후 4시35분 유엔사와 합의 아래 북측에 대북 전통문 발송. 실종 사실 통보. 북에 이와 관련된 사실을 조속히 통보해 줄 것을 통보했으나 현재까지 북측으로부터 답은 없음.

▶ 9월24일 (목)

오전 10시40분 국방부 A씨 사망 공식발표.

오후 2시 문재인 대통령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 참석.

오후 3시경 청와대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

오후 5시20분경 문재인 대통령 북한 규탄 메시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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