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稅부담 줄여줘야”…기초단체장 권한으로 첫 세금 감면

입력 2020-09-25 17:28   수정 2020-09-29 15:58


서울 서초구가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1가구 1주택자에게 올해 구가 거둔 재산세의 절반을 환급해주기로 했다. 환급액은 최대 63억원으로, 가구당 평균 10만원을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서울 서초구의회는 25일 제299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서울 서초구 구세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이 조례안에는 시가표준 9억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가구 1주택자에게 올해 전체 재산세 중 구(區)세분에 해당하는 절반을 50% 인하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민들은 전체 재산세의 25%를 돌려받게 된다.

재산세 환급 대상인 9억원 이하 주택은 서초구 전체 주택 13만7442가구 중 50.3%인 6만9145가구다. 해당 주택을 소유한 1가구 1주택자에게만 재산세를 환급해준다. 서초구는 올해 말까지 대상자를 파악해 재산세를 환급해줄 예정이다.

서초구가 재산세를 감면하는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이에 연동돼 산정되는 구민들의 재산세 부담이 크게 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서초구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22.5% 올랐다.
서초구 주택 절반이 대상…1인당 최고 45만원 연내 환급
서울 양재동에 사는 70대 박모씨는 최근 집으로 날아온 재산세 납부 고지서를 받아들고 서초구청의 문을 두드렸다. 재산세가 1년 만에 갑자기 80만원 가까이 오르게 된 이유라도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박씨는 “은퇴한 지 10년이 넘어 매달 자식이 보내준 용돈으로 생활하는 노인이 400만원을 어디서 구해 재산세로 내느냐”며 “집을 팔거나 빚을 내서 세금을 납부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서초구 세무담당과는 매년 7월과 9월이면 박씨와 비슷한 내용의 민원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올해는 특히 더 심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이번달에는 하루에 1000건이 넘는 재산세 관련 민원이 들어온 날도 있었다”고 했다.
늦어도 올해 말까지 재산세 환급
서초구가 재산세 50% 감면을 추진한 이유는 박씨 사례처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세금 폭탄’을 맞은 1가구 1주택 실소유자를 구제하기 위해서다. 서초구민은 올해 9월분 재산세로만 4166억원을 냈다. 전년(3649억원) 대비 517억원(14.2%) 늘어난 수치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 다음으로 많다. 서초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최근 3년간 서초구민의 주택분 재산세 납부액은 72% 급증했다. 서울시 전체 재산세는 2017년 4조1061억원에서 올해 5조7089억원으로 39% 증가했다.

재산세가 급증한 이유는 정부가 추진하는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조세 형평성을 이유로 매년 공시지가 현실화율을 높이고 있다. 공시지가와 실거래가의 차이가 크게 벌어져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적게 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공시지가 현실화의 결과가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1가구 1주택자에게까지 미쳐 서민들의 세 부담도 덩달아 크게 올랐다는 게 서초구의 설명이다.

서초구는 재산세를 50% 환급해줘도 공시지가 급등으로 올해 거둬들인 재산세 수입이 크게 늘어 재정에 큰 타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순주환 서초구 기획재정국장은 “올해 당초 예상보다 재산세 수입이 83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환급 규모는 최대 63억원으로 초과세수로 충당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초구가 조례로 감면하는 재산세는 전체 재산세 중 절반인 구(區)세분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서울시가 거둬 25개 자치구가 나눠 쓰는 시(市)세분은 줄어들지 않는다.

서초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서민들의 고통이 극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늦어도 올 연말까지는 구민에게 재산세를 환급해줄 예정이다.
조례안, 상위법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일각에서는 서초구의 조례가 상위법인 지방세법에 위배돼 재산세 환급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세법에 따르면 아파트를 포함한 일반 주택의 과세표준 기준은 △6000만원 △6000만~1억5000만원 △1억5000만~3억원 △3억원 초과 등으로 나뉘어 있다. 서초구는 조례에 ‘9억원 이하’라는 새로운 과표 기준을 추가해 재산세를 감면해주기로 했는데, 이는 상위법과 충돌한다는 설명이다. 시와 구세분으로 나뉜 재산세 중 조례로 구세분만 따로 떼어내 감액해주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지적은 조례가 서초구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제기됐다. 김정우 서초구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조례안은 법령의 범위를 넘어서는 조례안”이라며 조례 통과를 다음 임시회까지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서초구의회 의원 7명 중 6명은 해당 조례안 통과를 위한 전자투표에서 기권표를 던졌다.

서울시는 해당 조례안의 상위법 위배 여부를 살펴보기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위법에 나와 있지 않은 새로운 과표 기준을 조례를 통해 제정하는 것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구의회를 통과한 조례안이 서울시로 넘어오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지방세법 111조3항에 따라 재해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 당해 연도 재산세에 한해 50% 감면해줄 수 있고, 로펌 등에 상위법 상충 여부를 문의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서초구가 재산세 감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서울의 다른 자치구로 퍼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조은희 서초구청장(사진)이 제안한 재산세 50% 감경안을 24 대 1로 부결시킨 바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세수가 많아 재정이 탄탄한 서초구는 재산세 감경이 가능하겠지만, 다른 자치구가 거둬들인 세금을 다시 반환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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