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카르추크의 범죄스릴러와 신비주의 서사

입력 2020-09-28 17:48   수정 2020-09-29 00:36

201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장편소설 두 편이 민음사를 통해 나란히 출간됐다. 2009년에 쓴 범죄스릴러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와 ‘별자리 소설’이라고 불리는 초기작 《낮의 집, 밤의 집》이다. 소설의 결이나 주제, 내용은 사뭇 다르지만 긴 호흡의 장편으로 탁월한 문학성을 보여주는 ‘타고난 이야기꾼’ 토카르추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죽은 이들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해 단숨에 읽힌다. 내용을 곱씹어 읽어야 비로소 촘촘히 배치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대표작 《방랑자들》과 같은 작가의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다. 소설은 폴란드 외딴 고원에서 별장 관리인으로 일하는 두셰이코의 이웃에 사는 ‘왕발’이 누군가로부터 살해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소설은 마지막에서야 드러나는 범인의 정체를 핵심 반전으로 설정하는 전형적 추리소설물과는 다르다. 변방으로 밀려난 인물의 불행을 아파하고,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를 지켜내고자 세상과 맞서는 이야기에 방점이 찍힌다. ‘세상은 거대한 그물망으로 인간은 다른 존재와 연결돼 상호작용한다’는 작가의 생태학적 가치관도 드러난다.

1998년 작 《낮의 집, 밤의 집》은 작가의 새로운 서사적 기법 실험과 풍요로운 상상력의 모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랑자들》과 마찬가지로 단문과 짤막한 에피소드들을 엮어 하나의 이야기로 빚어낸다. ‘나’는 폴란드 소도시 노바루다에서 만난 마르타를 통해 그 도시의 역사와 인물 이야기를 수집하게 된다. 이 소설이 ‘별자리 소설’이란 별칭이 붙은 것은 별들이 모여 신화 속 인물, 동물의 이름이 붙여진 성좌를 이루듯, 소설 속 이야기들의 단서들이 결합하면서 점차 어떤 의미를 가진 연결점을 이어나가기 때문이다. 작가는 서면 인터뷰에서 “특정한 공간 속에 아로새겨진 개인의 경험들을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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