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사살 명령' 감청하고 40분 무대응…골든타임 놓쳤다 [종합]

입력 2020-09-29 15:56   수정 2020-09-29 21:16


우리 군이 지난 22일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당시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공무원 A씨를 구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부터 무선 감청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A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지난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

우리 군의 첩보 부대는 감청 지역을 정확히 설정하면 상대측 무선통신 내용의 최고 90%까지 파악할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A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한 사실을 북한군 내부 교신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북한군과 A씨의 대화는 상당히 근거리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파악된다. A씨가 80m 밖에서 '대한민국 아무개'라고만 얼버무렸다는 내용의 북측 통지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군은 판단 중이다.

북한군은 A씨의 구조 여부를 본인들끼리 상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이 A씨를 밧줄로 묶어 육지로 '예인'하려고 하다 해상에서 '분실'한 후 2시간 만에 그를 다시 찾았던 정황상 당시로선 구조 의도가 비교적 뚜렷해 보였다는 것이다.

군은 이 같은 은밀한 대북 감청 활동을 노출하면서까지 구출을 감행하지 않고 대기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방위에 출석해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22일 오후 9시 상황 급박하게 돌아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은 같은 날 오후 9시를 넘어서다. 북한군 상부와 현장 지휘관이 돌연 '설왕설래'했다는 것이다.

북한 해군사령부를 통해 "사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자 대위급 정장이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고 9시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다. 사살 명령 이후 40여분이 지나서 결과 보고가 이루어졌지만 그 사이에 군이나 정부 차원에서 별다른 대응이 없었던 셈이다.

군은 북한군 내부에서 A씨를 사살했다고 보고한 이후에야 청와대 등에 공유했지만 이마저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로 전달된 것은 23일 오전 8시30분께였다.

당국은 "조각조각 모인 첩보를 분석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해명했지만 일각에서는 '사살' 등의 키워드는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보다 기민하게 대처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권 관계자는 "사살이라는 단어가 오가는 것을 감청했음에도 이를 실시간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위기 상황에서 컨트롤타워 기능을 전혀 못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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