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땐 더 급증하는 '명절 후 이혼'…'격려'와 '경청'이 답 [신현보의 딥데이터]

입력 2020-10-04 16:18   수정 2020-10-06 03:31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대학원생 A씨는 2009년 추석 다음 주 바로 이혼 소송을 냈다. 이들이 부부가 된 지 2년만의 일이었다. A씨는 시댁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연간 10여 차례에 달하는 제사·차례에 참여하는 등 남편 집안 중심의 결혼 생활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한다. 결혼 생활 4년만에 재판부는 이들 부부의 '남남'을 선언했다. 명절 스트레스는 A씨 부부를 혼인 파탄에 이르게 한 주범이었다.


10년 간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A씨의 사례처럼 5년 미만 신혼 부부의 명절 후 이혼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의 직업이 학생·가사·무직과 서비스·판매 종사자일 경우 이혼하는 비중이 가장 높아, 여성의 사회활동 여부와 소득이 이혼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회 활동이 적거나 소득이 낮을 수록, 가족들로부터 존중 받는 정도가 낮고 가사 부담 등 스트레스가 더 높아 이혼에 이르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법원 휴정 등 이유로 이혼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가려진 이혼 발생은 그동안 추석 보다는 설 다음달이 더 뚜렷한 것으로 분석돼, 이번 추석 후부터 다음 설까지 이혼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명절 후면 찾아오는 갈등
10년간 설 다음달 이혼 매번 증가


지난해까지 지난 10년간 설 다음 달의 이혼은 전월 대비 매번 늘었다. 추석도 상황은 비슷하다. 추석 다음 달인 10월(2017년에는 11월)에는 2011, 2016, 2017년 등 3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해에는 모두 전월 대비 이혼이 증가했다. 나머지 월에서는 5월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차이를 보여온 것과 대조적이다.

혼인 기간으로 보면 짧은 수록 명절 후 이혼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5년 이하 신혼 부부들의 명절 후 이혼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女 직업 안정성 낮을수록 이혼↑
10년간 女 학생·가사·무직 이혼 47%

서두에 언급한 A씨와 마찬가지로 여성이 학생·가사·무직일수록 이혼 건수가 가장 높은 편으로 확인됐다. 직업 미상을 제외하고 지난 10년간 발생한 이혼 중 여성이 학생·가사·무직이었던 경우는 47.1%로 가장 많았다. 2010년에는 61%로 가장 많았고 가장 최근인 2019년에도 31.7%로 여전히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여성이 서비스·판매 종사자일 경우가 학생·가사·무직 다음으로 이혼 건수가 많았다. 특히 이 수치는 최근에 들어서 점점 증가하는 모습이다. 10년간 전체 이혼 건 중 여성이 서비스·판매 종사자인 경우는 21%에 달했다.

2010년에는 부부가 학생·가사·무직으로 이혼한 경우가 16.5%로 가장 많았던 반면, 2019년 이혼 남녀 중 부부가 모두 서비스·판매 종사자였던 경우가 9.9%로 가장 많았다. 맞벌이 부부가 더 많아지면서 나타난 변화지만, 여전히 비교적 경제적으로 취약한 직업군이 이혼을 더 많이 하는 셈이다.
설 '가족간 불화' 이혼 증가추이
…"처가·시댁 불편하다"

통계청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이혼 사유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 수치는 통계 작성법이 바뀌면서 더 이상 제공하고 있지 않다. 이 통계에 따르면 최근 설 다음 달에 '가족간 불화'에 따른 이혼이 증가 추이를 보여왔다. 추석 보다는 설에 명절 스트레스가 더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까지 하락세를 보여왔던 '가족간 불화'로 인한 이혼 건수는 2014년 600건에서 2017년 657건으로 9.5% 가량 증가했다.

명절에 가족 간 불화는 부모님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구인구직 플랫폼인 사람인이 매해 명절을 앞두고 실시하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혼자들은 '처가/시댁 식구들이 불편해서', '제사 음식 준비 등이 힘들어서' 등을 가장 극심한 명절 스트레스 이유로 꼽는다.
"명절 후 이혼 상담, 2~3배 증가
…서로 예민한 시기, 격려와 경청이 필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정부가 고향 방문 자제 등을 권고한 상태에도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례는 속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추석 전에 전화 와서 코로나 때문에 오지 말라고 하셔놓고 추석 당일에 안 왔다고 서운하다 하셨다"며 "그후 대상포진에 응급실도 가고, 우울감에 잠도 못 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은 서운하단 말이 뭐가 잘못됐냐고만 한다"며 "자기 엄마 잘못 없다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명절날 왜 이혼하는지 알겠다"는 또다른 네티즌은 "친정아빠가 아프셔서 음식하는 김에 양가에 나눠먹자는 생각으로 넉넉히 했는데, 남편이 자기집은 왜 조금주냐고 하고 다하니 자기 집 것만 가지고 잽싸게 나갔다"며 "자기집 갈 때는 한치 망설임도 없고 데려다만 달라는 30분거리 친정은 못 데려다 주는 인간이랑 살기 싫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올해 잠잠했던 이혼이 급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7월 이혼 건수는 전년 대비 3% 늘어나 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이혼 건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법정 휴정 등 이유로 평년 대비 감소세를 보여왔다.

한 이혼전문 변호사는 "통상 명절 전후로 2~3배 이혼 관련 법률 상담이 증가한다"며 "제사 준비를 며느리에게만 부담시키고 남편이 부모에게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최소한의 고마움도 표시하지 않아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코로나19 이후 부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혼소송 상담을 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서로 신경이 예민한 때인 만큼 서로 '수고했다'고 칭찬하고 격려와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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