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가 추석 연휴로 짧은 휴식기에 들어간 사이 바다 건너 미국에선 ‘마스터스 챔프’ 세르히오 가르시아(40·스페인)가 화제로 떠올랐다. 공을 보지 않고 퍼팅하는 ‘노룩(no look) 퍼팅’을 남몰래 해왔다는 게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는 비판론과 ‘오죽했으면’이란 동정론이 부딪치고 있지만 가르시아는 ‘내 갈 길 간다’는 입장이다.퍼팅 덕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그는 모처럼 챔피언조에서 티오프하게 됐다. 가르시아는 4일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의 잭슨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샌더슨팜스챔피언십(총상금 660만달러) 3라운드에서 6타를 줄였고 사흘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쳐 공동 선두로 라운드를 마쳤다. 3라운드 공동 선두는 그가 약 3년 만에 기록한 최고 성적이다.
예전에 가끔 시도해 먹혔던 ‘노룩 퍼팅’을 부진 탈출을 위해 그동안 몰래 시도했는데, 그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연습할 땐 분명히 눈을 떴는데, 정작 퍼트할 땐 눈을 감은 것이다. 가르시아는 “(눈 감는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반문하면서 “(노룩 퍼팅을 한 지) 3년 정도 됐는데, 마스터스에서 우승할 때도 눈을 감았다. 눈으로 직접 보면서 집중하려고 할 때보다 자유로운 느낌으로 퍼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눈을 뜨고 할 때도 있지만 70~75% 정도는 눈 감고 퍼트한다”며 “이번 대회는 그린이 빨라 효과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설의 골퍼 보비 로크(1917~1987),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골프해설가 조니 밀러(73)도 한때 노룩 퍼팅을 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터스 챔프 조던 스피스(27·미국)도 공을 바라보지 않고 홀을 보며 퍼팅하는 노룩 퍼팅으로 관심을 모았다.
그동안 몇몇 전문가는 ‘노룩 이펙트’가 분명히 있다고 주장해왔다. 엄청난 연습량을 소화하는 프로 골퍼들은 ‘머슬 메모리’를 갖고 있는데, 눈으로 습득하는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이 기억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미국 유명 교습가 제임스 시크먼은 골프닷컴에 게재한 칼럼에서 “퍼트는 방해받지 않고 홀에 공을 넣는 작업인데, 눈을 감으면 잡생각이 없어지고 홀만 떠오르게 된다”고 적었다. 조앤 비커스 캐나다 캘러리대 박사는 ‘안정된 눈’이라는 이론을 펼치며 퍼트할 때 눈을 안정되게 하면 뇌 활동이 조화롭게 이뤄져 성공률이 높아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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