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퍼팅' 가르시아…"코로나로 잃은 삼촌께 우승 바칩니다"

입력 2020-10-05 17:27   수정 2021-01-03 00:02


퍼팅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그린에서 눈을 감았던 세르히오 가르시아(40·스페인). 그가 이번엔 북받친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눈을 감았다.

5일(한국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잭슨의 잭슨CC(파72)에서 열린 PGA투어 샌더슨팜스챔피언십(총상금 660만달러)에서다.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적어낸 그는 1타 차 우승을 차지하며 우승상금 118만8000달러(약 13억8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가르시아는 “코로나19로 삼촌 두 명이 돌아가셨다”며 “힘든 시간을 견딘 아버지와 돌아가신 삼촌들에게 우승의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 비운 ‘악동’ 3년6개월 만에 정상
역설적으로 가르시아는 코로나19 때문에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 대회가 올해 첫 출전이다. 예정대로라면 지난주 계획됐던 라이더컵 출전 일정을 소화해야 했고, 샌더슨팜스챔피언십이 열린 기간에는 유럽에 머물러야 했다. 가르시아는 “코로나19로 일정이 변경되면서 PGA 가을 대회에 나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우승은 가르시아가 PGA투어에서 거둔 11번째 우승이자 2017년 마스터스 이후 3년6개월 만에 거머쥔 우승컵이다. 마스터스 이후 변방인 유러피언투어에서 3승, 아시안투어에서 1승을 거뒀지만 PGA투어에선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세계랭킹은 지난달 말 51위로 밀렸다.

화를 참지 못해 퍼터로 그린을 찍어 실격당하고, 경기를 방해한 갤러리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 가르시아는 PGA투어를 대표하는 ‘악동’ 이미지를 달고 다녔다. 부진이 길어지자 가르시아는 조용해졌다.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눈을 감고 퍼팅하는 일명 ‘노룩 퍼팅’을 혼자 3년여간 다듬었다. 이번 대회에 노룩 이펙트가 절정에 달했다. 평소라면 짜증으로 가득 차 있었어야 할 가르시아의 얼굴은 이번 대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명상을 하는 듯 편해 보였다. 이 덕분인지 최하위에 머물던 퍼팅 이득 타수는 이번주 35위(2.83타)까지 치솟았고, 이번 우승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가르시아는 “눈으로 직접 보면서 완벽하게 집중하려고 할 때보다 오히려 자유로운 느낌으로 퍼트할 수 있다”고 했다. 눈을 감고 하는 퍼팅이 잡생각을 없애주고 기복있는 감정을 조절하는 ‘무심골프’의 경지로 이끈 셈이다.
괴짜에 악동까지…‘개성파 전성시대’
가르시아는 이날 열린 최종라운드에서 전성기 시절을 연상케 하는 ‘승부사 기질’을 뽐냈다. 하이라이트는 14번홀(파5). 그는 두 번째 샷을 앞두고 과감히 5번 우드를 꺼내들었고, 홀 옆 1m에 붙이며 이글을 낚아챘다. 공동 선두였던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177야드를 남긴 두 번째 샷을 또 한 번 홀 옆 70㎝에 붙여 우승을 확정했다. 그는 마지막 챔피언 퍼팅을 할 때도 눈을 감았다. 앞서 그는 3라운드를 공동선두로 마친 뒤 “마스터스 우승 때도 눈을 감고 퍼팅했다.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 감을 언젠가 다시 찾고 싶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앞서 US오픈을 제패한 ‘괴짜 골퍼’ 브라이슨 디섐보(27·미국)에 이어 ‘원조 악동’ 가르시아까지 살아나면서 향후 메이저대회 타이틀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재기에 성공한 가르시아는 오는 11월 열리는 마스터스에서 3년 만에 패권을 탈환할 가능성도 커졌다.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번 대회 내용이 좋았기 때문에 설령 우승하지 못했다고 해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을 얻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성재(22)는 이날 6타를 줄이는 막판 뒷심을 발휘해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 공동 28위를 기록했다. 김시우(25)가 6언더파 공동 3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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