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C. 1년

입력 2020-10-06 17:48   수정 2020-10-07 00:13

출근길 엘리베이터 안. 누군가의 기침 소리에 나도 모르게 마스크를 고쳐 쓴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반가운 인사가 오가던 공간은 어색한 침묵으로 채워지고 있다. 그뿐인가? 수시로 손을 씻고 알코올 세정제로 소독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평생 처음 들어본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단어는 마치 태초부터 우리 삶 속에 존재했던 철칙인 것처럼 되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야 하는데 올해 추석은 많은 이들이 가족, 친지와의 만남도 포기했다. 더 놀라운 것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이 모든 변화가 일어났다는 사실이다. 올해는 A.D.(Anno Domini) 2020년인 동시에 A.C.(After Corona) 1년이다.

전염병은 인류에게 큰 위협인 동시에 발전의 원동력을 만들어 줬다. 팬데믹(대유행)의 원조라는 페스트는 14세기 유럽 인구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았지만, 질병을 신의 영역에서 관리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변혁의 계기가 됐다. 국가 위생·검역 절차가 만들어졌고 봉건영주제가 도시자본제로 변화하면서 르네상스가 태동했다.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갔던 콜레라는 오염된 물이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각 도시의 상하수도 시설을 정비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A.C. 1년. 사회 곳곳이 변화해 가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국회에도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100여 명의 구성원이 화상으로 의원총회를 시작했다. 처음엔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지만, 장소 구애 없이 출석할 수 있고 발표자의 의견에 실시간 채팅으로 다자 의사 표현이 가능하다 보니 다양한 목소리를 담게 됐다. 국내 자본시장도 시가총액 상위 10위권의 제조 기업 자리를 바이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항공·조선·자동차 회사들이 수십조원의 재정으로 인공호흡을 하는 사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게임회사 한 곳에만 50조원이 넘는 청약금이 몰렸다. 의도하지 않았던 변화와 변혁이 우리에게 A.C. 시대를 준비하라고 소리 없는 외침을 하고 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코로나19 이후의 먼 미래를 상상해본다.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과 인프라가 확산하면서 언젠가는 출퇴근 없는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수도권과 지방의 개념 자체가 희미해지면서 어쩌면 부동산 문제도 자연히 해소되지 않을까? ‘코로노믹스’로 표방되는 디지털 경제와 온라인 교육, 가상화폐, 원격의료, 핀테크 그리고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들이 우리를 ‘미래인’으로 만들어 줄지도 모르겠다. ICT 강국이자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저력을 가진 대한민국.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국민이 사는 대한민국. 그 저력으로 이제 A.C. 20년을 상상하고 선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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