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화 前 모굴스키 국가대표 "체육계 인권침해 막을 변호사 되겠다"

입력 2020-10-06 17:49   수정 2020-10-07 00:23

“구타, 성폭력, 협박…. 지금도 여전히 스포츠계에서는 인권 침해가 숱하게 발생하고 있어요. 국가대표로 뛰면서 직접 보고 겪었는걸요. 인권 침해를 유발하는 ‘구조’를 바꿔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습니다.”

2010년 밴쿠버부터 2018년 평창까지 태극마크를 달고 세 번 연속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서정화 전 모굴스키 선수(30·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로스쿨에 진학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서 전 선수는 “모두가 스포츠계의 인권 침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고(故)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 선택과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스포츠계 특유의 폐쇄적 구조 때문”이라며 “체육계 인권 향상을 위해 시스템을 바꾸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그 역시 대부분의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그러하듯 지도자나 스포츠 행정가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다. 메달을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비인기 종목인 모굴스키 결선에 올랐다는 상징성도 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는 비교적 쉬운 길을 놔두고 올해 3월 아주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매일 공부에 치여 산다”는 로스쿨 학생 생활을 최소 3년 해야 하고, 변호사시험도 봐야 한다.

서 전 선수는 은퇴 전에도 ‘공부하는 운동선수’로 유명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찌감치 국가대표로 뽑히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서울외국어고를 졸업했다. 대학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를 나왔다. 공부도, 운동도 모두 놓치기 싫었다고 했다.

하지만 학업과 운동의 병행을 용납하지 않았던 당시 스포츠계의 분위기 속에 어려움도 많았다. 서 전 선수는 “고1 때 첫 국가대표 소집일과 중간고사 시험 날짜가 겹쳐 소집 연기를 신청했지만, 단 하루도 늦춰줄 수 없다는 답을 받았다”며 “공부를 병행하면 엘리트 운동선수가 아니라 아마추어라고 손가락질받던 때였다”고 털어놨다. 고등학교 첫 중간고사 역시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국가대표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쓰고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

이듬해 다시 국가대표로 뽑히긴 했지만, 서 전 선수가 스포츠 선수의 인권 향상 운동에 나선 배경엔 이처럼 부당한 일들을 겪은 경험이 있다. 체육계 구조 개혁을 위해 지난해 민관 합동으로 출범한 스포츠혁신위원회에 그가 1년간 위원으로 참여하며 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쓴 것도 같은 이유다.

서 전 선수는 “운동선수는 운동만 하면 되고, 국위선양만 하면 된다는 ‘프레임’도 인권 침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법조계로 진출하려는 제가 전혀 특이하지 않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춘천=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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