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시선] 자율주행차 시대 '눈앞'…기술보다 '사회 수용성'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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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06 17:57   수정 2020-10-07 00:19

[김동욱의 시선] 자율주행차 시대 '눈앞'…기술보다 '사회 수용성'이 문제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2일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약 한 달 뒤 완전자율주행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다. 민간 우주여행과 재활용 로켓 등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잇따라 꿈같은 일을 현실로 일궈낸 ‘기인(奇人)’의 호언장담을 계기로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기대도 자연스럽게 커졌다.

대변혁기에 접어든 글로벌 자동차업계는 자율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정부도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법·제도 기반 구축에 매진하며 자국 업체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을 추격하는 한국의 자율주행차 현주소는 어떤가.
美·中, 자율주행차에서도 선두 다툼
2035년까지 1조달러(약 1168조원) 이상 규모로 성장하고, 글로벌 신차 판매의 2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레이스는 크게 자율차(차량+소프트웨어) 개발과 관련 인프라(도로 및 법규) 구축 등 두 분야로 나뉜다.

차량개발 분야는 민간 업체 주도로 경쟁이 뜨겁다.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자동차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가 한 축을 이루고, 구글 아마존 애플 바이두 등 IT 업체가 다른 한 축을 이뤄 각축이 치열하다. 테슬라 소니 같은 새 경쟁자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주요국 정부는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한 자국 산업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자율주행차 관련 분야에서도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최첨단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데 주력하는 반면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대대적인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상이한 전략을 펴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은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 요건만 충족하면 차량을 출시할 수 있도록 했다. 미 도로교통안전국은 2016년 9월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의 안전 강화를 위한 ‘연방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2018년에는 미국 전역에서 일관된 규준 마련을 위해 ‘자율주행 시스템 3.0’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미국은 자율차 관련 특허의 질적인 면에서 구글 테슬라 아마존 오로라 우버 GM 포드 등 기업과 매사추세츠공대(MIT) 등 대학들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자율주행차 테스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30년 미국을 제치고 자율주행차를 포함한 인공지능(AI) 분야 세계 1위 국가로 올라서겠다는 ‘AI 굴기(떨쳐 일어섬)’를 표방하고 있다. 지난 4월 후난성 창사에선 바이두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율주행 택시 시승 실증시험을 시작했다. 알리바바도 상하이에서 시내를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고, 지정된 구역이 아닌 어디서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베이징시는 자율주행 스타트업에 시내 도로에서 일반 시민을 태우는 자율주행 시험 허가증을 발급했다. 중국 정부는 또 707억위안(약 12조원)을 투입해 항저우~닝보 간 161㎞에 달하는 스마트 고속도로 건설에도 착수했다.

장기계획에 맞춰 추격하는 日·獨
미국과 중국 외에 주목되는 국가로 일본과 독일을 꼽을 수 있다. 두 나라는 ‘치밀한 장기계획’을 무기 삼아 미·중을 추격하고 있다.

일본은 2015년부터 단계적으로 자율주행 관련 법적·사회적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전 지역이 시험장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율주행차 주행시험 결과를 여러 방면에서 축적하고 있다. 2016년부터 신토메이고속도로에서 하던 자율주행 트럭 군집주행 시험은 지난해 주행 구간을 30㎞에서 140㎞로 크게 늘렸다. 올 들어선 기타큐슈, 히타치 등 5개 지역에서 자율주행 버스 실증시험이 시행됐다. 11월부터는 고령화가 두드러진 누마즈, 시모다, 마쓰자키 등 시즈오카현의 주요 도시 일반도로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한다.

일본도 자율주행 택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올 1월에는 하네다공항에서 도쿄 시내 마루노우치까지 3㎞ 구간을 자율주행 셔틀버스와 자율주행 택시가 오가는 실증시험을 했다. 모빌리티테크놀로지 등의 택시회사들은 2022년 이후 배차 앱을 포함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에 맞춘 보험상품도 등장했다. 일본의 한 손해보험사는 내년 1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소유주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모드를 이용한 시간만큼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독일에선 메르세데스벤츠가 내년 중반에 시판할 ‘레벨3’ 자율주행차가 출시와 동시에 도로를 누빌 예정이다. 독일은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레벨4) 상용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교통국은 2022년부터 ‘레벨4’ 차량을 상정해 적용할 입법 준비에도 들어갔다.

독일의 자율주행차 관련 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 등의 사례를 들면서 현행 시속 60㎞ 이하에서만 허용된 유럽의 자율주행차 주행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게 대표적이다.
한국, ‘지름길’ 노리지만
기술강국들의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실증시험이나 제도적 정비 측면에서 그동안 미진했던 한국은 단기간에 따라잡겠다는 각오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미래자동차 산업 발전 전략’에선 국내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을 종전의 2030년에서 2027년으로 3년 앞당겼다. 내년에 부분자율주행차(레벨3)를 출시하고, 2022년에는 완전 자율주행차(레벨4)를 시범 운행한 뒤 2024년까지 완전 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에 나선다는 일정표도 내놨다. 2027년까지 전국 주요 도로에서 ‘레벨4’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포부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올 1월 ‘레벨3’ 자율주행에 대한 안전기준을 제정했고, ‘레벨4’용 안전기준도 준비 중이다.

명목상으로는 ‘세계 최초’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를 표방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장 테슬라가 이달 말께 완전자율주행차 출시를 공언했고, 중국 주요 도시에서 이미 자율주행택시 서비스 시험이 시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최초 완전자율주행 상용화’라는 정부 목표는 ‘공언(空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일본 등이 4~5년 전부터 법적·제도적 정비작업을 꾸준히 준비해온 만큼 2024년까지 관련 법·제도를 완비하겠다는 계획도 늦은 감이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기술적·제도적 측면뿐 아니라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에 적대적인 사회 분위기가 자율주행차 시대 도래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보편화된 우버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가 한국에선 뿌리가 뽑혔고,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서비스 ‘타다’가 사업을 접은 게 불과 몇 달 전이다. 자율주행택시, 화물트럭 군집 자율주행의 상용화가 가시화할 경우 택시와 화물차업계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레벨3’에서 ‘레벨4’로 단계적으로 자율주행차 인프라를 확장하기보다는 ‘레벨3’와 ‘레벨4’ 자율주행차 기반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으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힌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혁신에 대한 사회적 거부반응, 강고한 기득권에의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면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는커녕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수소경제 속도 내는 韓·日
'니콜라 사기 논란'에도 뜨거운 수소차 시장
수소전기트럭을 앞세워 ‘제2 테슬라’로 주목받았던 미국 니콜라가 최근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1회 충전으로 1200마일(약 1931㎞)을 가는 수소트럭을 개발 중이라며 투자자를 모집했지만 ‘실체 없이 껍데기’라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그러나 ‘니콜라 사태’는 역으로 수소차에 대한 시장의 관심과 양산 능력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킨 계기가 됐다.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면서 충전시간은 짧은 수소차를 양산할 기술력을 갖춘 국가는 한국(현대자동차)과 일본(도요타, 혼다)뿐이다. 전기차 시대가 오면 기존 부품업체 대부분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 데 비해 수소차는 상당수 부품산업을 유지할 수 있어 자동차산업 기반이 탄탄한 한국과 일본이 일찌감치 수소차에 관심을 가져온 결과다.

최근 현대차가 세계 1위 수소차 메이커로 입지를 굳힌 것을 계기로, 정부도 수소경제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1월 ‘세계 1위 수소경제 국가’ 비전을 담은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내놨고, 2월에는 수소경제법(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도 제정했다.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수소차 85만 대를 보급하고, 2040년에 수소 전문기업 1000개를 육성한다는 청사진이다. 충전소도 2030년까지 660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수소차 보급대수는 작년 말 기준 4194대, 충전소는 34곳에 불과하다. 특히 충전소는 일본(112곳), 미국(70곳)에 비해 미흡한 상황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 7월까지 수소전기차를 전년 동기 대비 59% 늘어난 2879대를 팔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같은 기간 71% 감소한 439대 판매에 그쳤다. 일본 정부는 수소차 분야 입지 회복을 위해 충전소 확대와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수소충전소를 연말까지 160곳, 2025년까지 320곳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또 고압가스보안법을 개정해 수소차 무인충전소도 허용키로 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3년간 수소차 충전소 시설 및 관리·감독 요건 등 20개 항목의 규제를 완화했다.

중국도 2030년에는 수소차 100만 대, 충전소 1000개소 시대를 연다는 목표로 지난달 수소차 핵심 기술·부품 개발 등에서 성과를 낸 지방정부와 기업에 장려금을 지원하는 내용의 수소차 보급 장려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중·일 3국의 잰걸음에도 수소차가 전기차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지, 동아시아에 편중된 한계를 넘어설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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