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경제계, 트럼프 확진에 "자업자득" 냉소하는 까닭 [오춘호의 글로벌 뷰]

입력 2020-10-06 16:50   수정 2020-11-27 09:24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을 두고 일본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회장이 '자업자득'이라고 한 말이 일본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나카니시 회장은 5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개최한 에이니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참석한 것을 거론하며 "부주의한 것이 아닌가. 어떤 의미에선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의 진의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자업자득'이라는 일본인 시각
일부에선 일본인들이 자업자득이라는 건 코로나 감염을 보는 일본인들의 보편적 시각이라고 주장한다. 미우라 아사코 일본 오사카대 교수가 실시한 코로나 감염 책임에 대한 의식조사에서는 '자업자득'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일본인의 경우는 17.24%로 미국 4.9%, 영국 1.3%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만큼 일본에선 다른 나라보다 감염자체를 본인의 책임으로 보고 피해자를 오히려 비판하는 경향이 강한 속성이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에 대한 日 재계 불편함
하지만 그보다 나카니시 회장의 발언에는 트럼프에 대한 일본 재계의 불편함이 들어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의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일본 기업들의 중국 수출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 은근히 트럼프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올해 일본에서 최대 IPO(기업공개)로 여겨졌던 키옥시아(옛 도시바메모리)의 상장이 연기됐다. 키옥시아 상장은 세계 제1의 반도체 기업을 꿈꾸며 일본 재계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미 상무부가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제재하면서 화웨이 등에 공급을 하지 못하게되자 원래 9월 28일이나 10월 6일 상장하기로 계획돼 있던 상장일이 무기 연기된 것이다. 소니또한 화웨이에 공급하는 이미지센서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영국 조사회사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들은 화웨이에 대해 약 1조1000억엔(약 12조원)이 넘는 부품을 공급했다고 한다. 당장 올해들어선 작년 만큼의 부품 공급도 어렵게 됐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정부는 일본 IT 기업들이 많이 이용하는 H1B등의 비자 발급을 연말까지 정지하기도 했다. 나카니시 회장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에 의한 비자 발급정지에 대해 "미일 양정부에 개선을 강하게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日 네티즌 반응은 "글쎄"
물론 일본 기업들의 트럼프에 대한 감정은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초 일본이 주도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철수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직접 타격을 입었다.

정작 나카니시 회장의 발언이후 인터넷에 올려진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그의 발언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빠른 회복을 기원하는게 우선", "상식이 파괴됐다"는 등의 발언이 줄을 잇는다.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가 이런 재계의 목소리를 어떻게 풀어낼지 주목된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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