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각지대 놓인 중견기업 자금난 심각…정부, 신보·기보에 특별펀드 조성해야"

입력 2020-10-07 15:10   수정 2020-10-07 15:12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설립한 중견기업연구원은 중견기업과 관련해 각종 조사와 연구를 하는 곳이다. 이 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조병선 원장(독일 쾰른대 법학박사·66)은 기업은행에서 32년간 근무하며 전략기획팀장, 조사부장, 경제연구소장을 지낸 금융통이다. 요즘 중견기업의 자금 문제를 집중 연구하고 있는 그는 “중견기업들이 사실상 금융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이들의 취약한 신용력 보강을 위해 긴급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중견기업 중 열심히 설비투자하고 연구개발하고 글로벌 시장개척에 나서온 기업일수록 요즘 자금난이 심합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해당 중견기업은 물론 다수의 협력업체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조병선 중견기업연구원장은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견기업들의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는 자금 문제라며 이와 관련한 정책 대안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2019년 기준 중견기업 전체의 신용도를 분석한 결과 신용등급 A 이상인 기업은 23%에 불과하고, BB등급 이하인 기업이 절반에 달했다”며 “올해는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BB 이하의 저등급 비율이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 BB 이하 기업군은 은행의 신용대출이 어렵고 추가적인 담보제공 여력도 부족한 사례가 많아 자금을 조달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채나 주식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자본시장 또한 대기업 위주로 운용되고 있어 신용도가 양호한 상위 규모의 중견기업을 제외하고는 접근이 어렵다”며 “결국 직접금융과 간접금융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자금난을 겪는 것은 대기업 및 중소기업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기업은 자체 신용으로 대출받거나 회사채 및 주식을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이 많지만 중견기업은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사례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융자, 투자, 신용보증, 기술보증, 무역보험 등 다양한 형태의 정책금융을 활용할 방안이 마련돼 있지만 중견기업은 이런 안전판마저 없어 사실상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해결 방안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중견기업에 대한 신용보증 확대 방안 마련이다. 예컨대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에 중견기업 보증을 위한 특별 펀드를 조성해 이를 재원으로 중견기업, 특히 신용력이 취약한 초기 중견기업의 신용을 적극 보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신보에 정부가 추가 출연해 중견기업 특별 펀드 1조원을 조성하고 15배까지 보증을 시행한다면 중견기업은 15조원을 신규로 대출받을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며 “이런 식으로 신용보강책을 마련하는 게 중견기업의 만성적인 자금난 해소와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은행권의 경기순응적인 대출관행 개선이다. 그는 “대다수 은행은 경기 침체기에 대출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관계형 금융(relationship banking)이 발달한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기 침체기에도 주거래은행이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확대해 금융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셋째, 국책은행의 중견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역량 확충이다. 조 원장은 “몇몇 국책은행은 중견기업에 유용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마련하고 있지만 주로 규모가 크고 신용도가 우량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일선 현장의 업무처리 관행도 상당히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에는 총 4635개의 중견기업이 있고(2018년 말 기준), 이들 기업의 총 매출은 767조원(전체 영리법인 매출의 15.7%), 고용은 141만 명(전체 영리법인 고용의 13.9%)이다. 조 원장은 “연간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제조 중견기업은 협력업체가 보통 100~300개에 달하는 데다 그 자신이 대기업의 1차 협력업체인 경우가 많다”며 “중견기업에 대한 대책은 단순히 중견기업 지원이 아니라 제조업 생태계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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