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귀족' 현대차 노조는 정말 달라졌을까

입력 2020-10-07 17:08   수정 2020-10-08 00:21

조합원 수 5만 명, 1인당 평균 연봉 9600만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과연 달라지고 있는 것일까. 상대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이상수 위원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계속되고 있는 질문이다.

지난 1월 취임한 이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무분별한 파업을 지양해야 한다” “회사가 생존해야 조합원도, 노조도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식적인 내용이지만, 현대차 노조위원장의 말이라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강경 노선으로 파업을 반복했던 과거 지도부와 결이 다르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지난달 21일 임단협을 타결한 현대차 노사의 노력을 폄하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했고, 2년 연속 분규 없이 협상을 마무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를 함께 돌파하겠다는 노사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렇다고 노조가 마냥 양보했다고 보기만은 어렵다. 노조는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경영성과급 150% △코로나19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원 △품질격려금 명목의 우리사주 10주 △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을 얻어냈다. 금액으로 따지면 조합원 1인당 약 830만원을 받게 되는 셈이다. 노조 내 강경파의 반발에도 투표 참여 조합원의 53%가 임단협 잠정 합의안에 찬성한 배경이다.

올해 임단협만으로 현대차 노조가 전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GM, 프랑스 르노 등 글로벌 업체들이 수만 명씩 인력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노조는 일자리를 지키면서 다양한 명목으로 기본급 인상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며 “진정한 변화 여부를 판단하려면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임단협 과정에서도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어김없이 등장했다. 사측이 복리후생 차원에서 시행해온 하계 휴양소 임대와 체육대회 관련 경비 지원이 올해 코로나19로 중단되자 이를 환산해 조합원들에게 상품권으로 나눠달라고 한 게 대표적이다. 주 5일제가 시행된 2003년 이후 법적인 근거가 사라진 월차(12일) 일부를 연차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기본급화해 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의 ‘작은 변화’와 ‘여전한 구태’에 관심을 갖는 건 자동차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이다. 현대차의 1~3차 부품 협력업체 수만 해도 약 5000개, 근로자 수는 15만여 명에 달한다.

현대차와 협력사들은 절체절명의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달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소매 판매는 각각 21%, 35.3% 증가했다.

문제는 미래다. 전기차 수소차 등 미래차 분야에서 현대·기아차가 시장을 선도하려면 노조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현대차 노사가 임단협과 별도로 내놓은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은 그래서 눈길을 끈다. 전기차 생산 확대 등 미래차 산업 변화에 대한 대응, 품질 향상을 위한 공동의 노력, 고객 및 국민과 함께하는 노사관계 실현 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담겨 있다. 이런 선언이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다. 성큼 다가온 미래차 시대에는 현대차 노조가 ‘귀족 노조’라는 오명을 벗고, 정말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게 되길 기대해본다.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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