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민연금은 '국민의 집사'가 돼야 한다

입력 2020-10-07 17:52   수정 2020-10-08 00:21

‘프라이빗뱅커(PB)가 되려면 만능엔터테이너가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자산가들이 PB를 고를 때 전문성뿐 아니라 목소리, 인상착의, 인문학적 지식 등 다양한 부분을 면밀히 살펴보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의 가장 민감한 문제일 수 있는 ‘재산’을 들여다보는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PB가 고객들의 자녀교육, 가업승계 등에 관여하는 것도 두터운 신뢰를 받기에 가능한 일이다.

PB가 부자들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국민도 알게 모르게 비슷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국민연금이다. 2234만 명이 월소득의 9%를 국민연금에 납부하고 있다. 국민이 국민연금과 그 임직원에게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산(현재 776조원)을 책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수익률만 내서는 안 되고, 소중한 자산이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지 국민이 믿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국민연금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신뢰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기금운용역이 집단으로 대마초를 흡입한 데 이어 사내 성희롱, 폭언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민연금 내부 징계는 경징계 두 건에 그쳤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의 최근 징계 내역을 살펴보니 2017년부터 올해까지 ‘해임’을 포함한 중징계 건수가 12건으로 늘었다.

일각에서는 사태의 원인으로 국민연금과 기금운용본부의 지방이전을 거론하고 있다. 지방으로 본부를 옮겨 ‘좋은 직장’이라는 매력이 떨어졌고, 직원들의 수준도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는 힘들다. 제대로 된 채용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내부 규율이 정상적으로 작동됐다면 이런 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국민연금은 대국민 사과에서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일벌백계,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제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를 다시 살펴야 할 시점이 된 듯하다. 국민연금은 올해로 창립 33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393조원의 운용수익금을 쌓는 성과도 냈다. 국민의 돈을 잘 불려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국민연금이 2055년께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장성이 몇 년 전 국민연금과 함께한 행사에서 한 말이 떠오른다. “국군과 국민연금은 공통점이 있다. 군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연금은 국민의 자산을 지킨다는 점에서 그렇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세계 1위다. 자살의 40%가 가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연금 직원들이 국민의 노후와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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