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학년 논술길잡이] 형식보다 생각의 깊이가 녹아 있어야 좋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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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2 09:00  

[2021학년 논술길잡이] 형식보다 생각의 깊이가 녹아 있어야 좋은 글


지난 시간 수업 과제부터 먼저 설명해 볼게요.
(질문: 다이아몬드에 관한 두 그림을 ‘비교’해 보세요)

물방울 다이아몬드(왼편)와 다이아몬드 원석(오른편)의 두 사진을 보고 어떤 비교들을 해 보았나요? -혹시 안해봤다면 잠깐 멈춰서 생각해 본 후에 읽어보세요- 일단 눈으로 보이는 것들이 먼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연마되어 규칙적 형태를 갖춘 다이아몬드와 여전히 불규칙하고 거친 표면의 원석과 같이 표면적인 차이들 말이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보세요! 다이아몬드는 투명하여 빛을 투과시키는데 원석은 불투명하다고 한 친구도 있었어요. 하핫. 좋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더 생각을 해 보세요. 다만 겉에 보이는 것만 집중하지 말고, 여러 각도에서 심층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생글생글을 읽는 많은 독자 여러분에게 논술이 어떤 의미일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학생들에게는 대입의 열쇠일 수도 있고, 어떤 학생들에게는 호기심일 수도 있겠지요. 호기심을 가진 학생들이라면, 같이 생각하는 것을 즐겨보세요. 대학에 올라선 이후 이러한 사유는 더 중요하니까요. 세상은 생각하는 만큼 보입니다. 그런데 논술을 대입전형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꼭 추가로 당부하고 싶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많은 ‘논술 비법’이 합격의 기술인 양 포장되어 여러분의 눈을 현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비교의 기준을 몇 개 잡고 쓰라거나 공통점을 반드시 쓰고 차이점을 이후에 두 개 나누어 기술하라는 방식과 같은 ‘기술과 요령’은 처음에는 좋아보여도 점차 사고의 장애가 됩니다. 생각을 마비시키는 방법을 훈련해서는 안 됩니다.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하는 것이 너무 낯설다면 처음에는 작은 요령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요령에서 멈추시면 안 됩니다. 배우고 익히고, 그 이후에는 여러분의 생각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형식적으로 조금 엉성하더라도, 생각의 깊이가 녹아 있는 글이 언제나 더 깊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에서만 살아 있는 지성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자, 이제 생각을 조금씩 확장해가고 있으니 실전문제에 대입해 볼까요? 아래 제시문 두 개를 잘 읽어본 뒤에 양 제시문에서 ‘행복 추구 방식’의 차이점에 대해 정리해 보세요. 글을 써보면 더 좋겠습니다. 원고지라면 600자가량, 노트에 기재한다면 한 면의 절반 정도 분량으로 글을 써 보세요. 다음 시간에 예시답안을 공개해 보겠습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가)의 ‘문자’는 여성의 이름이에요. 이 여성은‘ 한수’라는 연인을 위해 헌신을 다하면서 행복을 맛보고 있습니다. 행복 추구 방식을 먼저 정리해보고, 앞에서 원석이나 다이아몬드를 통해 생각해봤던 것들을 떠올리면서 풍부한 생각을 펼쳐보세요.

[실전문제] : 행복 추구 방식을 중심으로 (가)와 (나)를 비교하시오.

(가) 어느 날 그녀들은 자기들끼리 짜고 불시에 문자를 찾아갔다. 방 안을 찬찬히 둘러본즉, 물이 스며든 천장은 페인트칠이 일어나 너덜거렸고, 녹슨 손잡이가 달린 캐비닛 이외에 이렇다 할 세간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들로서는 문자의 두 뺨에 서린 발그레한 홍조와 노래를 몸에 휘감고 있는 듯한 그 발랄한 생기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더욱 몰라졌다. 그녀들은 문자가 수돗가에 나왔다가 떠나고 난 뒤에, 향기 좋은 꽃으로 가슴을 꾹 눌렀다가 뗀 것 같은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중 누가 엄지손가락으로 돌았다는 시늉을 해 보이면 거기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듯 폭소를 터뜨렸다.

그녀들이 이미 확인한 바와 같이 문자는 남다른 무엇을 소유했던 게 아니었다. 그녀로선 무엇을 하든 그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한 것뿐이었다. 콩나물을 다듬든, 연탄불을 피우든, 지붕 위의 눈을 치우든 그를 생각하노라면 어딘가 높은 곳에 등불을 걸어 둔 것처럼 마음 구석구석이 따스해지고, 밝아 오는 것을 느꼈다. 그 따스함과 밝은 빛이 몸 밖으로 스며나가 뺨을 물들이고, 살에 생기가 넘치게 하는 것을 그녀 자신은 오히려 깨닫지 못했다.

문자는 그가 미처 문을 두드리기도 전에 이미 그의 발걸음 소리를 알아듣고 미리 나가서 그를 맞아들였다. 그녀가 그의 옷을 벗기면 그 옷이 금빛으로 물들었고, 양말을 벗기면 양말이 그러했다. 뜨거운 물이 담긴 대야를 가져와 그의 발을 씻기면 그 발 역시 금빛이 났다. 그녀가 그를 위해 마련한 저녁상은, 가난한 자가 일주일 내내 거친 솔과 젖은 걸레로 마룻바닥을 힘들여 닦아서 번 돈으로 성전 앞에 켤 양초를 사는 것같이 마련된 것이었다.

한수는 그녀가 살코기를 집어 줄 때마다 입을 딱 벌려 받아먹기만 할 뿐, 자기도 그녀의 입에 그 고기를 먹여 주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한수의 마음은 무디고 이기적이어서 온 방 안에 가득 찬 금빛을 보지 못했고, 가만히 있어도 그 침묵이 노래임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는 그녀의 몸을 만지면서도 잘 익은 과육에서 나는 것과 같은 향기가 자기 손가락에 묻어나는 것도 몰랐다.

(나) 세상에는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우리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사물에 대해 의견을 내고, 의욕을 느끼고, 그것을 갈망하거나 기피하는 것과 같이 스스로 하는 의지적 활동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같이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본디 자유로운 것이어서 아무런 제약도, 방해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육체, 재산, 평판, 권력 등 우리 자신의 행위가 아닌 것은 우리 뜻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것들은 다른 것에 예속되어 있는 부자유한 것으로, 남에 의해 좌우됩니다. 그러므로 본래 다른 것에 예속된 것을 자유로운 것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자기 것으로 생각한다면 장애에 부딪히고 좌절하게 되어 자연히 신과 다른 사람들을 원망하게 됩니다. 오로지 그대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을 자기의 것으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남의 것으로 돌리십시오. 그러면 그대에게 강요하는 사람도, 그대를 제지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대 또한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비난하지 않게 됩니다. 그대의 의지에 거슬러서 무엇인가를 억지로 해야 하는 일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누구도 그대에게 해를 입힐 수 없으므로 아무런 고통도 없을 것이고, 그러므로 적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 길이야말로 행복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글쓰는 순서>

1. 마당열기 : 논술, 논리적 사고와 글쓰기
2. 견주고 비교하기 1
3. 견주고 비교하기 2
4. 요약하기 1
5. 요약하기 2
6. [특별] 실전문제풀이 : 성균관대 인문논술 정복하기
7. 비판하고 평가하기 1
8. 비판하고 평가하기 2
9. [특별] 실전문제풀이 : 경희대 인문논술 정복하기
10. 인문학적 추론 1
11. 인문학적 추론 2
12. 다각도의 비교 1
13. 다각도의 비교 2
14. [특별] 실전문제풀이 : 연세대 인문논술 정복하기
☞ 포인트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하는 것이 너무 낯설다면 처음에는 작은 요령들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요령에서 멈추시면 안 됩니다. 배우고 익히고, 그 이후에는 여러분의 생각을 만들어보는 거예요. 형식적으로 조금 엉성하더라도, 생각의 깊이가 녹아 있는 글이 언제나 더 깊이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리고 그런 글에서만 살아 있는 지성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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