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책요? 책이요?…변신 꾀하는 보조사 '-요'

입력 2020-10-12 09:00  


지난 9일은 574돌 한글날이었다. 이날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해 반포한 1446년을 기점으로 삼아 제정됐다. 한글이 탄생한 지 500년이 훨씬 넘었으나 우리 정서법 체계가 제대로 자리잡은 것은 100년이 채 안 된다. 일제강점기 때인 1933년 조선어학회(한글학회의 전신)에서 ‘한글마춤법 통일안’을 내놓은 게 밑거름이 됐다.
종결형으로 쓰인 ‘책이요’는 규범에서 벗어나
그 사이 우리 맞춤법은 많이 변했다. 그중 하나로 요즘도 늘 헷갈리는 게 어미 ‘-이요’와 ‘-이오’, 그리고 보조사 ‘-요’ 용법의 구별이다.

1933년 한글마춤법 통일안에서는 이를 어떻게 제시했을까? <‘이요’는 접속형이나 종지형이나 전부 ‘이요’로 한다.>고 했다. 가령 “이것은 붓이요, 저것은 먹이요, 또 저것은 소요.”처럼 썼다. 현행 한글맞춤법에서는 다르다. 제15항 어간과 어미를 적는 방식에 관한 얘기다. <종결형에서 사용되는 어미 ‘-오’는 ‘요’로 소리 나는 경우가 있더라도 그 원형을 밝혀 ‘오’로 적는다.>고 했다. “이것은 책이오./이리로 오시오.”(책이요×/오시요×)가 현행 규범이다. 또 <연결형에서 사용되는 ‘이요’는 ‘이요’로 적는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것은 책이요, 저것은 붓이요, 또 저것은 먹이오.”처럼 구별해 써야 한다. 정리하면 ‘-이요’는 연결어미로만, ‘-이오’는 종결어미로만 쓸 수 있게 했다. 이들은 모두 [이요]로 소리 나지만 각각의 쓰임새에 따라 구별해 적도록 한 것이다.
현실언어에서는 쓰임새 활발…규범화 진행 중
2019년 5월 국립국어원은 현행 맞춤법 규정 가운데 오용 사례가 많은 용법 하나를 두고 회의를 거듭했다. “몇 층에 가세요? 10층이요./10층요.” “민준이가 올해 몇 살이지? 여섯 살이요./여섯 살요.” “너는 전공이 뭐니? 국문학이요./국문학요.”

이들 중 맞는 것은 무엇일까? 사선 앞의 말은 모두 틀린 말이다. 현행 문법에서 종결형으로 쓴 ‘-이요’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어법의 핵심은 보조사 ‘요’의 용법에 있다. ‘요’는 <(체언이나 부사어, 연결 어미 따위의 뒤에 붙어) 청자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이다. “마음은요 더없이 좋아요. / 어서요 읽어 보세요.” 같은 게 용례다. 명사로 끝나는 말이 서술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조사 ‘요’만 붙을 수 있는 것이다. ‘-이요’는 비규범이다.

문제는 국민 가운데 많은 이가 ‘-이요’로 적는 것을 더 편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가령 “철수야, 식탁 위에 있는 책 좀 가져다 다오”라고 했을 때 “이 책요?”라고 하면 오히려 낯설게 여기는 것이다. “이 책이요?”를 더 익숙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문법을 바꾸어야 한다. 문법은 현실 언어에서 언중이 쓰는 말을 규범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언중의 대다수가 쓰는 말이 곧 문법이 된다는 얘기다.

국어원은 회의에서 보조사 ‘요’가 쓰여야 할 자리에 ‘이요’가 쓰이는 언어 현실에 주목했다. 그 이전에 국어원에서 실시한 ‘온라인가나다 답변 감수’ 연구에서도 보조사 ‘이요’의 등재를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국어원 회의에서도 ‘이요’를 문법으로 수용할 때가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만 ‘이요’가 공식적으로 문법화하려면 국어에 관한 중요 사항을 결정하는 국어심의회를 거치는 등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느 나라나 문법은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책이요? 짜장면이요?’ 같은 말은 틀린 표기다. 현행 규범대로 ‘책요? 짜장면요’라고 해야 한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