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서울 점령한 경찰…도 넘은 통제

입력 2020-10-09 17:01   수정 2020-10-10 00:19


“어디 가세요?” “교보문고 쪽으로 가려고 하는데요.” “그쪽으로 갈 수 없어요.”

한글날이자 연휴 첫날인 9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는 지난 3일 개천절과 마찬가지로 통행이 통제됐다.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은 정상 운영됐지만 일부 출입구는 막아 놨다. 이날 광장을 가로지르는 도보 이동이 금지됐다. 광화문 인근 길목마다 지키고 선 경찰들은 지나는 시민들에게 ‘어딜 가시냐’며 행선지를 물었다.
“불편해도 따라야” vs “길 안내 미흡”
시민들은 통행 제한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위한 방역 조치로 대체적으로 이해한다는 반응이었다. 종로구청을 지나던 30대 남성 이모씨는 “오늘 집회하는 것은 알았는데 이 정도로 교통이 제한될 줄은 몰랐다”며 “불편하지만 정부에서 하는 방역 조치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동의 자유’를 제약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시민도 없지 않았다. 이들은 통로를 가로막은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모씨(30)는 “교보문고 근처 사무실에 출근하는데 가는 방법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길을 막아 뱅뱅 돌고 있다”며 “방역 조치라고 하지만 지나친 기본권 침해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지난 개천절과 비슷한 수준인 180여 개 부대, 1만1000여 명의 병력을 동원했다. ‘차벽’ 비난을 의식한 듯 경찰버스 규모는 대폭 줄였다. 다만 광장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고 접근 자체를 막았다. 아침부터 마포대교, 한강대교, 한남대교 등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에선 차선을 2~4개씩 막고 임시 검문소를 설치한 뒤 집회 참가 의심 차량에 대해 검문했다. 이 때문에 교통 체증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이 시민의 도심 통행 편의를 높이기 위해 셔틀버스 4대를 운영했지만 안내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40대 여성 유모씨는 “종각에서 지인과 만날 약속을 잡았는데 길을 돌아가야 한다면 제대로 안내해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광화문 상인 “정부서 피해 보전해 달라”
통행이 엄격히 제한된 광화문광장 근처 상인들은 이날도 한숨을 내쉬었다. 휴일 장사를 제대로 못한 데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광화문광장과 포시즌스호텔 사이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남모씨는 “이런 날은 10만원도 팔지 못하는데 본사와의 계약 때문에 닫지도 못한다”며 “시나 정부에서 피해를 보전해 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10인 이상 집회가 금지되면서 집회 참가자들은 행사를 기자회견으로 대체하거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차량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사랑제일교회 등이 참여한 8·15광화문국민대회비대위의 강연재 변호사는 “코로나 방역은 공원에서 마스크 없이 김밥 먹는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며 “야외 집회에 맞는 맞춤형 방역수칙을 마련해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무조건 막고만 있다”고 반발했다. 일부 보수 유튜버가 정부를 비난하거나 경찰에 욕설을 쏟아냈지만 다행히 큰 갈등은 없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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