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3%룰'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입력 2020-10-12 17:53   수정 2020-10-13 00:27

“경제계가 상법 개정안의 ‘3%룰’에 반대하는 것은 여당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1일 ‘기업 규제 3법’ 중 상법 개정안과 관련, 최대 쟁점인 3%룰을 원칙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는 소식을 들은 한 기업인의 반응이다. 그는 “민주당이 법 개정을 강행해 외부 투기세력 등 적군(敵軍)이 기업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길을 열어줄 참이라면 민주당부터 솔선해서 야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줘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의 3%룰은 기업이 감사위원인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선임하고, 선임 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대주주의 뜻에 따르는 이사만 감사위원으로 뽑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실제 시행되면 기업 경영의 근간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경제계는 투기세력이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을 기회 삼아 3%씩 지분을 쪼갠 뒤 연합해 자신들이 원하는 감사위원을 기업에 앉혀 경영권을 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금 기업인들의 심정은 민주당이 21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관행대로’ 제1야당인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에 내주는 것을 우려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를 비판하고 견제할 수 있는 법사위원장 자리에 야당 의원이 앉을 경우 본인들 뜻대로 입법이 이뤄지지 못할 것을 우려했다. 결국 법사위원장 자리를 끝까지 양보하지 않았고, 이에 통합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내던지자 그대로 독차지했다.

지난 총선에서 차지한 의석수 비율대로라면 11개 상임위원장만 맡았어야 할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꿰차 놓고, 기업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본인들은 다수결로 밀어붙이면서 보유 지분에 의한 다수결로 경영진을 선출하는 주식제도의 기본 원리는 무시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해외에서도 입법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다.

경제계의 요구는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고수하고,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것처럼 기업들도 전횡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게 아니다. 단지 민주당이 역지사지 입장에서 기업인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점을 에둘러 짚었을 뿐이다.

민주당은 14일 ‘기업 3법’ 태스크포스(TF) 정책간담회를 열고 경제단체 의견을 듣기로 했다. 하루 뒤인 15일에는 민주연구원 주관으로 경제계와 간담회를 한다. 뒤늦게나마 경제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3%룰을 수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여당의 제스처가 “기업 의견을 들었다”는 요식행위가 아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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