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억 아파트 중개료, 전세가 매매보다 200만원 비싼 이유 [김하나의 R까기]

입력 2020-10-13 14:54   수정 2020-10-13 15:13


"매매는 한 번 내고 끝이지만 전세 수수료는 집 구할 때마다 냅니다. 같은 거래가격인데 전세에서 중개수수료가 더 높다는게 말이 되나요?"

전세매물 품귀와 함께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동반 상승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중개수수료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6억~9억원 구간의 경우 전세 상한 요율이 0.8%인데 비해, 매매는 0.5%다. 일례로 7억원짜리 집을 매매로 계약하면 중개수수료를 350만원을 내는데 비해, 전세로 계약하면 560만원까지 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10만원 차이가 난다. 업계에서는 "중개료 역전은 전셋값 급등 시기에만 나오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11일 보도한 <"집도 안 보고 계약했는데 복비 500만원 내라니 말이 되나요">의 기사에 달린 댓글에도 '중개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어쩌다 전세와 매매의 중개수수료 역전현상이 벌어지게 됐을까? '집값 때문'이라는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은 핑계일 뿐일까? 왜 소비자들은 중개료가 비싸다는 입장에만 공감하고 있을까?
반값 중개료 시행 5년 만에…또 중개료 논란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려보면 공인중개사들의 얘기가 틀린 말은 아니다. 현재 국내 중개보수 요율은 2014년 11월 개선된 내용이다. 2015년 지방자치단체별로 시행되기 시작했는데, 의견수렴을 거치는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심했다. 그도 그럴것이 구간을 세분화 하면서 사실상 '반값 중개료'가 됐기 때문이다.

이전에 최고 거래금액구간은 매매는 '6억원 이상'이었고 전세에서는 '3억원 이상'이었다. 이들 금액 이상에서는 각각 ’0.9% 이하에서 협의‘에서, '0.8% 이하에서 협의'가 붙었다. 당시 정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매매에서는 6억~9억원을 신설하면서 수수료를 0.5%로 못박았고, 전세에서도 3억~6억원을 신설하면서 0.4%를 제시했다. 해당구간에서 부동산 거래를 했던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개수수료가 반값으로 줄게 됐다.

시행되는 지역마다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은 "매매 6억원 이상과 전세 3억원 이상의 거래가 많지 않고 요율도 최대로 받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고구간에서 상한을 박아놓고 '협의하라'는 문구도 조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정부의 의지대로 추진됐고, 중개수수료를 반값이 됐다.

이렇게 변경된 요율은 매매에서 최고 거래금액구간이 9억원 이상이다. 중개보수 요율은 0.9% 내에서 조정하게 된다. 전세거래에서 최고 구간은 6억원 이상이고, 상한요율은 0.8%로 이내에서 조정하게 된다. 최고 거래금액 구간 이하의 거래에서는 요율이 정해져있지만, 최고 구간에서는 합의하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흔치 않은 고가 거래'라고 취급해서다. 거래비율이 적다보니 불만도 거의 없었다. 과거에는 상한까지 받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기사에서처럼 상한선까지 요율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집값이 오른다고 요율을 계속 세분화하는 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죽였다"…집값 과잉 상승에 거래 끊겨
하지만 2020년 10월 현재 기자가 들은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중개사 사무소가 잇달아 문을 닫는 상황에서 상한선에 가까운 요율을 받는 건 '생존'과 직결되어 있었다. 아현동의 A공인중개사 대표는 "10월들어 월세 한 건 밖에 계약을 못했다"며 "임대료에 홍보비, 각종 유지비 등을 생각하면 어려운 상태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니 모처럼 이뤄진 거래에서는 수수료 할인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지역 공인중개사들간에 네트워크도 무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매물을 공유받는 지역에서 나홀로 낮은 수수료를 고집하기는 어려워서다. 직간접적으로 매물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거래를 연결하지 못하면 결국 손님을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최고 거래가 구간에서 중개수수료는 담합 아닌 담합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공인중개사들은 근본적인 문제가 '집값'과 '정부 대책'이라는 데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집값과 전셋값이 오를 때마다 요율을 조정하는 게 제대로된 대응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들어 집값에 전세값까지 가파르게 상승했고, 규제나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거래량이 출렁였다.

최근에는 임대차법까지 보태 거래가 절벽인 상태에 이르렀다. 거래가 없으면 중개도 없다. 가끔하는 거래에서 중개료를 많이 받기 보다는, 활발한 거래가 중개사들의 입장에서 더 낫다는 의견도 많았다. 폐업을 준비한다는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하는데, 가만 보면 부동산 시장 자체를 죽이는 것 같다"며 "거래가격이 과도하게 오르니 매수자가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매매도 전월세도 거래가 실종됐다"고 푸념했다.

실제 한국경제신문의 과거 기사를 봐도 이를 비교할 수 있다. 2015년 4월11일자 신문이다. 전세계약 중개료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내용을 소개하면서 예로 든 아파트가 있다. 동작구 상도동의 '상도래미안 3차'(1656가구) 아파트다. 전용 84㎡의 전셋값은 5억4000만원으로 중개수수료가 최대 432만원에서 216만원으로 내려간다고 설명됐다.

2020년 10월 현재. 이 단지에서 나와 있는 전세매물은 단 3건 뿐이다. 전용 84㎡의 전세 호가는 8억원이다. 최대 640만원까지 중개수수료가 매겨진다. 5년 전에 법을 개정하고 조례를 수정하면서 기껏 반값으로 수수료를 낮춰놓은 작업이 무색할 지경이다. 전셋값이 5년 새 2억6000만원 급등하면서 중개수수료는 3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면적의 매매호가는 12억원이다. 중개료는 최대로 환산하면 1080만원에 달한다.

상황은 이렇지만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당한 게 많아서'다. 기자의 메일로도 공감한다는 글들이 배달됐다. 집주인이나 매도자와 문제가 생겼어도 해결해주지 않는다거나, 무조건 거래를 부추기는 일이 허다했다는 내용들이다. 부동산 가두리(허위 매물을 부동산에서 사세 내용을 바꿔가면서 올림)에 당했다거나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을 과도하게 붙여 팔았다는 제보도 있다.

이제는 시장이 달라졌다.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 허위매물이 시장에서 급격히 줄고 매물과 관련된 어플리케이션(앱)도 많아졌다. 분양권 전매도 수도권과 광역시에서는 대부분 금지됐다. 고직적인 중개서비스 문제는 5년 전에도 지적됐다. 업계에서는 중개수수료가 해외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주장하지만, 해외와 서비스가 달라 단순한 비교로는 무리라는 얘기다. 기본적인 서비스 부족에 시대까지 변하고 있다. 현재 개업중인 공인중개사는 11만명, 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은 45만명이라고 한다. 45만명의 법을 배운 국가고시 합격자들이라면, 5년 전과는 다르게 현명한 해답을 먼저 내놓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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