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조정래 작가 "마지막 순간까지 글 쓰다 죽고파"

입력 2020-10-12 17:34   수정 2020-10-12 17:39


"28세에 등단한 뒤 30대부터 소망이 뭐냐는 말에 항상 '글을 쓰다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라고 했어요. 지금도 변함없어요. 마지막 순간까지 글을 쓰다 죽는 것. 그것만큼 아름다운 작가의 삶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조정래 작가(77·사진)이 지난 50년 자신의 문학인생을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조 작가의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그의 대표작이자 20세기 한국 근현대사 3부작으로 불리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 해냄을 통해 개정 출간된다. 12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전작에서 전형성을 가진 인물들을 확보하고 나면 다음 작품에서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고통을 안고 스스로를 괴롭히며 살아왔다"며 "특히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기 위해선 자기 작품을 읽어선 안된다는 일반적인 문학세계의 제약 때문에 쓴 뒤 한 번도 쳐다보지도 않았던 세 작품을 30년만에 다시 읽어봤다"고 말했다.


조 작가는 새로 내놓는 개정판이 개작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개정작업은 문장을 중심으로만 진행됐다고 했다. '고막'이 소설에 등장했던 '꼬막'으로 국어사전에 수정 등재될 만큼 우리말에 영향을 미친 작가답게 이번 개정판에서도 전라도 방언과 구어체 느낌이 제대로 읽히도록 어휘와 조사, 어미, 문장부호를 주로 손봤다. 모호한 문장을 명확하게 읽힐 수 있도록 바꿨고, 몇몇 장면에선 상황을 더 생생하게 보여주도록 묘사를 강화했다. 이를 위해 조 작가는 1년동안 태백산맥 10권과 아리랑 12권, 한강 10권을 모두 정독한 뒤 한 문장씩 고쳐나갔다.

그는 "사건을 새로 쓰거나 주인공을 바꾸는 등의 작업이 들어가야 개작"이라며 "이번 개정판은 당시엔 최선을 다해서 썼지만 지금 와서 보니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문장들이 더러 있어서 다듬고 퇴고하는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예술품은 미완성이며 완벽을 향해가는 몸부림이에요. (개정 역시) 완벽을 향해가려는 작가의 진지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오늘 이후 내가 죽는 날까지 다시 세 작품을 개정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조 작가는 이번 개정판과 더불어 신작 산문집 ?홀로쓰고, 함께 살다?도 출간했다. 이 책은 작가 조정래의 인생살이 고민부터 문학에 대한 궁금증, 사회와 역사 문제까지 남녀노소 독자 105명의 질문에 대한 작가의 답변을 정리했다. 이 가운데 어떤 질문이 조 작가의 마음에 가장 많이 남았을까. 조 작가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와 관련한 독자 질문과 4대 강국이 한반도를 애워싸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이 기억에 남는다"며 "작가는 문학 뿐만아니라 사회적 임무도 충실히 해야하는 존재이기에 신바람나게, 또 보람을 느끼며 충실히 답했던 질문들"이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대하소설 속 세밀한 역사적 묘사가 독자들로 하여금 사실로 온전히 받아들이게 해 역사를 오해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강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태백산맥?이 500가지가 넘도록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고발당했지만 11년동안 조사받고 완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내 소설 속 사실들은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행한 책을 중심으로 명확하게 쓴 내용들이기에 어디까지가 허구고, 역사인지 묻지 말고 두세 번 읽으면 구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자신의 책 ?반일 종족주의?에서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 가운데 잊지못할 학살 장면으로 꼽은 두 장면이 모두 실제론 있을 수 없는 조작"이라고 지적한 부분에 대해선 그를 "신종 매국노이자 민족 반역자"라고 말하며 발끈했다. 조 작가는 "민족정기와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친일반민족행위청산 특별위원회(반민특위)를 부활시켜 이 교수를 비롯해 일본 유학만 다녀오면 '친일'이 되는 국내 150만명의 친일파를 단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조 작가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노벨상에 대한 조심스런 질문에 그는 "훌륭한 상이지만 사실 받아도 그만이고 안받아도 그만인 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벨상 수상에 국가적 체면과 자존심이 걸려 있지만 어찌보면 가장 정치적인 상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비롯해 문학인들이 노벨 문학상을 타기 위해 문학을 시작한건 아닙니다. 우리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노벨상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에요."

조 작가는 그동안 대하소설 3부작을 비롯해 장편소설 10편, 중단편 50여 편, 산문집 6편, 위인전 7편 등을 발표했다. 산수(傘壽·80세)를 바라보는 그가 꿈꾸는 다음 계획은 "인간의 본질과 존재를 다룬 장편소설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사회와 역사 속에 있는 갈등과 문제점을 소설로 다뤄왔죠. 이젠 그런 상황을 떠나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소설을 쓸 생각이에요. 불교에서 말하는 내세에 대한 문제까지 3년동안 총 세 권을 쓴 뒤 제 장편소설 인생을 마무리하려합니다. 만약 그때까지 건강이 허락한다면 작가인생 50년 중 40년동안 손대지 못했던 초창기 단편들을 손보면서 단편들이 가지고 있는 미학을 문학적으로 완성하기 위한 작업도 해볼 생각이에요."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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