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우버' 도전하는 제조벤처 컨트롤클로더

입력 2020-10-15 15:44   수정 2020-10-15 16:35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 온라인 패션 유통 기업이 질주하고 있다. 달라진 소비패턴,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따라잡으며 ‘차세대 유니콘’까지 넘보고 있다. 하지만 패션 제조 부문의 혁신은 더디다. 단순 위탁 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 불모지를 혁신하겠다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 3600여개 생산 공장과 의류 디자이너를 연결하는 의류 제조 플랫폼 스타트업 컨트롤클로더가 대표적이다. 올들어 컨트롤클로더 고객은 6배 이상 폭증했다. 의류 디자인 아이디어만 주면 제조 전 과정을 대행해주는 혁신을 앞세워 고객층을 늘리고 있다.
올들어 고객사 6배 급증
옷 한 벌이 탄생하기까지 제조 과정은 복잡하다. 원단은 물론 단추 등 부자재, 프린트, 주름 등 디자인 요소에 맞는 전문 공장을 일일이 찾아 생산을 의뢰해야 한다.

이지윤 컨트롤클로더 대표는 국내 모든 의류 제조 공장을 한 곳에 모아 의류 디자이너의 불편함을 해소해주는 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3년 창업 후 시행착오를 거쳐 2018년 의류 제조 플랫폼 ‘FAAI(파이)’를 출시했다.

FAAI는 의류의 디자인과 수량, 납기일만 등록하면 전문 의류 공장을 연결해 의류를 생산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견적부터 샘플 제작, 최종 생산, 검수까지 원스톱으로 해준다. 플랫폼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기존 6개월 이상 걸리던 제작 기간을 2주로 단축했다. 편리할 뿐만 아니라 트렌드를 반영한 신속한 제품 출시도 가능하다.

이런 장점이 입소문이 나자 올들어 컨트롤클로더 고객사는 급증했다. 작년 말 800여 개였던 고객사 수(개인 포함)는 올해 4월 말 기준 2300개를 돌파한데 이어 최근 4800개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간 100억원이었던 생산 의뢰액은 올해 상반기에만 이미 200억원을 넘어섰을 정도로 급증했다.

이 대표는 “여러 공장을 방문하지 않고 플랫폼에 접속해 비대면으로 생산 의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 고객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패션 대기업도 활용
최근 온라인 의류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개인이나 인플루언서가 브랜드를 만들어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또는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 채널은 있지만 의류 제조 지식이 거의 없는 인플루언서 등은 원하는 디자인만 얘기하면 옷을 만들어주는 편의성 때문에 FAAI를 찾는다.

중소 패션기업, 대기업들도 컨트롤클로더 고객사다. 이들은 트렌드에 맞춰 발빠른 기획 상품을 생산하는데 FAAI를 활용한다.

의류 제조 공장들도 FAAI에 등록하면 편리하다. 국내 대부분 의류 공장은 영업 인력이 따로 없다. 공장주가 일일이 전화를 돌려 일거리를 찾는다. 하지만 FAAI에 등록하면 플랫폼에 올라오는 주문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단추 교체 등 디자인 수정 사항을 FAAI의 표준화한 작업 지시를 통해 실시간으로 요청, 반영할 수 있어 디자인 사고 등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컨트롤클로더는 최근 사업성을 인정받아 세마트랜스링크, 옐로우독 등으로부터 33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금액은 46억원이다. 이 대표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빅데이터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 고도화 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컨트롤클로더를 ‘패션업계의 우버’로 키우는게 목표다. 이 대표는 “기존 영세 의류 공장주들은 택시를 세워두고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택시기사처럼 고객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지만 FAAI에 등록하면 성사율이 높은 주문을 골라 받아 작업할 수 있다”며 “세상에서 가장 편리한 의류 생산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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