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의 독서공감]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라…

입력 2020-10-15 17:45   수정 2020-10-16 09:57

얼마 전 둘째 아이를 임신한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영유아 의류매장에 갔다. 귀여운 아이를 안은 아름다운 어머니의 사진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점원과 나눈 이야기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일명 ‘도넛 방석’이라 불리는 회음부 방석을 보며 “자연분만할 줄 알았는데 제왕절개했어요.” 수유브라를 보며 “저거 없었으면 가슴이 늘 젖어있었을 거예요.”

경험자끼리 웃음 반 눈물 반으로 털어놓던 이야기들이 세상에 있는 그대로 나왔다. ‘임신 출산 육아 대백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실적인 내용을 담은 책들이다. 영롱하게 포장하지 않았기에 더욱 ‘엄마가 되는 과정’이 빛난다.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는 미국 시애틀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서 작가 앤절라 가브스가 임신 후 266일간 격변하는 여성의 몸과 심리, 임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날카롭고도 유머 넘치는 문체로 풀어낸다. 저자는 숙취로 고생하던 어느 날 아침,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허겁지겁 구글 검색을 했지만 정작 답은 찾을 수 없었다. “엄마가 뭘 먹든 아이도 함께 먹는 셈”, “임신한 줄 모르고 술이나 약을 먹은 건 괜찮다”는 상반된 주장만 보였다. 저자는 그 후 자신의 경험을 생생하게 털어놓으며 여성들끼리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나누고 연대를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저자는 “모두의 건강을 위한 토대인 여성의 진정한 생식 건강을 위해 우리가 자신에게 무엇이 최선인지 다양한 정보를 섭렵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회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육아비적성》은 ‘전쟁 같은 임신 기간’과 ‘남들 다 하는 출산’을 거친 뒤 본격적인 육아의 세계로 들어온 17년차 초등학교 교사 한선유 씨가 “나는 육아가 적성에 맞지 않는 육아 비(非)적성자”라고 선언한 책이다. 자칭 ‘육B족(육아비적성) 족장’인 저자는 “사회 능력을 발휘하는 동안 살림, 요리, 육아 능력은 퇴화했다”며 “육아가 적성에 맞는 프로가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를 사랑하고, 최선을 다해 아이를 키우는 마음은 다 똑같으니 힘을 내자”고 위로한다. 입덧, 분만, 아기방 꾸미기, 육아휴직의 진실 등 ‘엄마’라면 누구든 공감할 일들을 생생히 묘사한다. 저자는 부부 공동 육아를 강조한다. 자신보다 아이를 더 잘 보는 남편에 대해 이야기하며 “‘빠마 육아(아빠가 주로 하는 육아)’를 적극적으로 하자”고 말한다.

《나는 철학하는 엄마입니다》는 독일 뮌헨 근교에서 살고 있는 정치철학자 이진민 씨가 ‘어머니가 되는 과정’ 속에서 철학자들을 떠올린 책이다. 저자는 육아와 철학의 관계를 “철학자를 육아 도우미처럼 곁에 두며 세상과 진중하게 대화하고 깊이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아이의 탄생은 엄마를 어떻게 변화시킬까?”라는 질문 앞에서 아이는 새로운 우주가 탄생하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한나 아렌트를 떠올린다. “부모의 가장 아름다운 역할은 철학자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주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리스 철학자들의 교육법인 산파술을 논한다. “내 아이를 다른 사람의 아이와 비교하지 말자”고 강조하며 부모와 아이 모두 자신보다 연약한 존재를 항상 둘러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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