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모 가격 절반 '뚝'…재택 늘고 모임 줄어 정장수요 급감

입력 2020-10-18 16:52   수정 2020-10-19 01:06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남성복 디자이너다. 그가 디자인한 슈트는 7000유로(약 1072만원)에 판매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쿠치넬리도 올해는 슈트를 입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날이 많아져서다. 쿠치넬리는 지난 9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입고 있는 재킷이 지난 3월 이후 처음 입은 재킷”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길거리에 슈트를 입은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하고, 결혼식·파티 등 각종 모임이 줄어든 탓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격식을 차리는 옷보다는 트레이닝복처럼 편한 옷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양모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메리노 양모 생산국인 호주가 대표적이다. 양(羊) 품종 중 하나인 메리노는 털의 품질이 뛰어나다. 일반 양모보다 가볍고 부드러워 고급 양복이나 스웨터, 골프의류 소재로 쓰인다. 땀을 잘 흡수하고 배출해 통기성도 우수하다. 가격도 비싼 편이다. 예컨대 모 원단으로 만든 슈트 한 벌이 80만원이라면, 같은 디자인의 메리노 양모 제품은 100만원 이상에 판매된다.

올 들어 메리노 양모 가격이 급락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호주산 메리노 양모 가격은 ㎏당 8.58호주달러로, 2019년 초(20.16호주달러)의 절반을 밑돌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에서 4500마리 규모의 양 농장을 운영하는 데이브 영 씨는 “양모 가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처지”라며 “양모 대신 양고기 유통으로 사업을 전향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의류업체도 적지 않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멘스웨어하우스, 브룩스브러더스, TM르윈 등 비즈니스 복장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지난 수개월간 줄줄이 점포를 폐쇄하거나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소매 컨설팅업체 코어사이트리서치는 올해 미국 내 2만~2만5000개 의류 매장이 문을 닫을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9만8000개)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최고급 맞춤 정장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 있는 영국 런던의 새빌로에도 지독한 불황이 닥쳤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재단사인 재스퍼 리트먼 씨는 “주요 고객인 변호사와 은행가들이 다들 집에서 파자마를 입고 근무 중”이라며 “매년 슈트 200벌 정도를 주문받았는데 올해는 63벌에 불과하다”고 한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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