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통상 관점에서 美대선 읽기

입력 2020-10-19 18:03   수정 2020-10-20 00:41

작년 말만 해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미국 경제가 괜찮았고, 무엇보다 민주당에서 대적할 만한 대통령 후보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2020 대전망’을 하면서 인공지능(AI)이 트럼프의 재선 실패를 예측했다고 했을 때도, 다들 갸우뚱했다. AI가 코로나 사태를 내다본 것도 아니었고, 딱히 근거는 없었다. 미 대선을 꼭 2주 앞둔 지금, 전반적인 분위기는 AI 예측이 맞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막판 격전지에서 지지율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게임이 끝났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와 바이든 둘 중에 누가 앞으로 4년간 미국을 이끌게 될지는 전 세계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과 무역전쟁 중인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이고, 대북 문제가 걸려 있는 한국은 더욱 민감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그동안의 정책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현안에 밀려 관심에서 다소 멀어진 듯한 북한 문제도 뭔가 또 다른 ‘이벤트’가 나올지 모른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대북 문제는 확실히 방향을 틀 것이다. 지난 15일 미국 ABC방송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바이든 후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을 ‘폭력배(thugs)’로 지칭하면서, 트럼프 집권 후 세계가 더 위험해졌고 미국은 고립됐다고 비판했다. 대북관계 개선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대응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

통상문제는 어떨까. 트럼프 집권 후 격화된 미·중 갈등은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들고 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보호무역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경제가 어려워진 마당에, 정치적 이유에서라도 중국에 대한 압박은 강해질 것이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대중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별나서지 전통적으론 미국 공화당이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노조단체의 지지를 받는 민주당이 미국 내 일자리를 앞세우며 보호무역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처음 타결됐지만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들어서면서 미국산 자동차와 소고기시장 개방 요구를 더했고, 추가협상이 이뤄졌다.

민주당은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으로부터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지난달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국가안보에 가하는 명백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기업 등에 3500억달러를 지원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의회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뿐 아니라 상원까지 장악하게 되면 중국에 대한 견제는 더 강해질 것이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문제 등에 대해 민주당은 훨씬 강경하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내세운 바이든은 4년간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 구매에 40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고, 연구개발에 3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세금으로) 미국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구매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집권 후 미국의 모습은 혼란스럽다. 코로나 대응만 봐도 세계 최강국이란 이미지를 찾기 어렵다. 바이든이 당선되면 어느 정도 ‘익숙한’ 미국으로 돌아갈 듯하다. 하지만 글로벌 통상환경만큼은 트럼프 때와 비교해 결코 녹록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 시대가 오더라도 끝나지 않을 미국과 중국의 목숨 건 패권전쟁 틈바구니에서 우리 정부는 과연 살아남을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psw@hankyung.c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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