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독 정구호 "생동하는 무대로 한국美 표현…'인연'마다 엮인 색감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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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9 17:50   수정 2020-10-20 01:47

예술감독 정구호 "생동하는 무대로 한국美 표현…'인연'마다 엮인 색감 보여줘"


“본질에 집중하면 됩니다. 무용극에선 무엇보다 무용수가 중요합니다. 춤이 상징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배경을 과감히 생략하는 겁니다.”

최근 서울 도곡동 삼성물산 회의실에서 만난 ‘무대 연출가’ 정구호는 자신이 추구하는 미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1997년 본인의 이름을 건 패션 브랜드 ‘구호’를 만들었다. 2003년 구호가 삼성물산 패션부문(당시 제일모직)에 인수된 후 2013년까지 삼성에 몸담으며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로 이름을 날렸다. 이젠 무대 예술가로도 명성이 높다. 국립무용단의 ‘묵향’과 ‘향연’, 국립오페라단의 ‘동백꽃 아가씨’ 등 그가 연출한 작품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극대화로 ‘한국의 미를 일깨우는 연출가’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예술의 본질에 집중하다 보니 미니멀리즘으로 비치지만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정구호가 이번엔 예술감독으로서 자신의 미학을 반영한 무용극을 선보인다.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서울 정동극장 무대에 오르는 ‘사군자-생의 계절’이다. 발레리나 김주원이 환생과 윤회를 통한 ‘인연’에 대한 고찰을 춤사위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국악에 정통한 정재일이 배경음악을 작곡하고 음악감독을 맡았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연극 ‘렁스’ 등으로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젊은 연출가 박소영이 연출을 맡았다. 김주원을 비롯해 발레리노 김현웅·윤전일·김석주와 함께 배우 박해수·윤나무가 무대에 선다. “창작진과 연출진이 워낙 훌륭해 예술감독으로서 다른 요청 없이 딱 한 가지만 말했어요. ‘필요 없는 건 빼자’고요. 상세한 설명, 장황한 대사 등을 생략하자고 했어요. 무용과 연극이 결합한 장르인데 상징만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에겐 김주원과의 인연이 깃든 작품이다. 정구호는 2012년 김주원이 국립발레단에서 은퇴하며 내놓은 ‘포이즈’를 비롯해 ‘투인투’(2014), ‘예술의 진화’(2014) 등 작품에서 함께했다. 그는 김주원에게 작품 초안과 콘셉트를 듣고 이내 공감했다고 했다. “‘연(緣)’을 한국적 색채로 보여주는 게 좋았습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인연에 대한 신념을 근본적으로 짚어보는 작품입니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를 보는 듯한 영상미와 함께 인연마다 엮인 색감을 썼습니다. 환생과 인연이란 주제만 알고 오셔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주제가 추상적인 만큼 정구호는 무대 배경에 쓰이는 요소를 과감히 생략해 여백의 미를 보여준 ‘묵향’ ‘향연’과는 다르게 무대를 꾸몄다. 이번 무대에서는 휘어지는 스크린을 설치하고 홀로그램을 활용했다. “정적인 배경을 탈피해 무대를 역동적으로 꾸밉니다. 관객들이 무용수와 배우에게 몰입하도록 홀로그램을 무대에 투사하죠. 한 가지 요소만으로 주제 의식을 극대화하려고요.”

그는 ‘사군자’에 이어 내년에 국립무용단 및 경기아트센터와 협업한 한국 무용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언젠가는 자신만의 예술관을 담은 창작물을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전통을 깊이 분석해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으려고 합니다. 2013년부터 ‘관계’를 주제로 써온 각본이 있어요. 인간관계뿐 아니라 모든 사물을 포함하는 이야기입니다. 제가 그동안 보여드린 작품관을 확장해 전통과 현대가 소통하는 무대를 선보일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예술만 하기엔 그가 이끄는 패션 브랜드 사업이 많아서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벚꽃이 만개한 걸 참 오랜만에 봤어요. 봄이면 항상 해외 출장을 다녔거든요. 꿈을 이루려면 앞으로 더 바빠지겠지만 불안하진 않습니다. 순수예술에 도전할수록 영감이 솟아나거든요.”

글=오현우/사진=강은구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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