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수수료' 등장한 뉴욕…커피 가격 어느 정도길래?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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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2 12:56   수정 2020-10-22 13:20

'코로나 수수료' 등장한 뉴욕…커피 가격 어느 정도길래?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뉴욕엔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생소한 부담금이 생겼습니다. 지난 17일 시행된 ‘코로나 수수료’(COVID-19 Recovery Charge)입니다.

식당이나 카페, 주점 등에서 음식을 시키면 주문 가격에 뉴욕시 판매세(8.875%)가 붙고, 여기에 추가로 코로나 수수료 10%가 부가됩니다. 또 음식값의 20%가량을 팁으로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많이 높아졌습니다.

코로나 수수료는 뉴욕에만 있는 제도입니다. 뉴욕시 의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큰 접객 업종을 지원하자는 취지로 지난달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지요. 배달이나 포장 주문 고객에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코로나 수수료는 실내 식사가 완전히 가능해 지더라도 90일 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식당이나 카페 등이 그동안 본 손실을 조금이라도 보전하도록 해주자는 것이지요.

뉴욕시는 지난달 말부터 식당 등의 실내 영업을 허용했으나, 전체 수용 인원의 25%만 받도록 제한했습니다. 완전한 실내 영업이 한동안 쉽지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수수료 제도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 같네요.

맨해튼의 평범한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시켜봤습니다. 아이스 카페 라떼 한 잔이 5.5달러였는데, 판매세와 코로나 수수료, 팁(18% 자동 부과)이 붙으니 7.63달러로 계산되더군요. 커피 한 잔 가격이 한화로 9000원에 육박하는 겁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자 뉴욕 소비자들과 종업원들 사이에서 반발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음식값을 더 내야 하는 소비자 저항은 그렇다 치더라도 왜 종업원들까지 싫어하느냐구요?

코로나 수수료는 식당·카페 운영자에게 돌아갈 몫일 뿐 종업원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죠. 일부 종업원은 “코로나 수수료 때문에 우리가 받을 팁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식당들도 있습니다.

이날 ‘미식가의 천국’ 뉴욕 식당가를 둘러본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실내 영업이 재개된 지 3주일이 지났는데도 식당 안에서 식사를 하는 손님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뉴욕 중심가인 맨해튼 파크애비뉴의 나레스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직전까지만 해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였는데 오늘은 딱 두 팀만 예약했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정통 스시로 유명한 이 식당 내부엔 원래 테이블이 25개 정도 설치됐는데 현재 13개만 놓여 있더군요. 이마저 손님을 찾지 못한 채 점심 시간을 그냥 흘려 보냈습니다. 다만 10여 명의 직장인들이 이 시간동안 포장 주문을 해갔습니다.

재택근무를 마친 뉴요커들이 사무실에 복귀했어도 도시락을 싸갖고 출근하거나 인근 음식점에서 포장·배달해 먹는 게 일반화 됐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재확산 조짐 때문입니다. 다들 상당히 조심하고 있는 것이지요. 요즘은 뉴욕 길거리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겁니다. 찬바람이 불면 그나마 야외 테이블을 찾던 손님마저 뚝 끊길 수 있다는 게 뉴욕 식당가의 우려입니다. 뉴욕시 의회가 그동안 불법으로 규제했던 야외 난방용 프로판 가스를 최근 합법화했지만 역부족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불야성을 이루던 코리아타운 역시 추위 때문에 발길이 뜸해지는 분위기였습니다.

뉴욕시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습니다. 뉴욕 내 2만5000여개 식당·주점 중 이미 1000~2000곳이 부도를 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사태가 계속되면 뉴욕시 세수가 급감하는 것은 물론, 실업자 등을 보조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크게 늘려야 합니다. 뉴욕시 재정은 지금도 펑크 난 상태이죠.

최근 뉴욕접객업협회가 회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약 90%가 임차료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64%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지원이 없을 경우 연말까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뉴욕시 의회는 21일 “세입 가게가 임차료를 내지 못하더라도, 임대인들이 내년 1월 1일까지는 강제 퇴거시킬 수 없다”는 조례를 또 통과시켰습니다. 임시방편이지만 부도 도미노보다는 낫다는 것이죠.

그러자 임대인들도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뉴욕임대인연합은 자체 설문조사를 근거로 “빌딩 임대인 열 명 중 한 명은 수도요금도 못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든 사태의 근원은 코로나 전염병입니다. 수 개월 전 미국 최대 감염지였던 뉴욕에선 여전히 하루 1500명 안팎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핵심 지역인 맨해튼에서도 하루 100~200명씩 쏟아지고 있지요.

코로나 사태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소비자-종업원-식당 주인-빌딩 임대인 등 모든 ‘소비 사슬’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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