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는 대주주 '3억원' 기준…정부는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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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2 16:14   수정 2020-10-22 16:32

아무도 모르는 대주주 '3억원' 기준…정부는 강행

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현재 '개별 회사 지분 기준 10억원 이상'에서 연말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침을 고수하기로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는 방안은 2년 반 전에 시행령상에 이미 개정된 상태이므로 그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판 연좌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족 합산에 대해서는 "개인별로 전환하는 쪽으로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2017년 시작된 '대주주 요건' 강화
홍 부총리는 계속된 논란에도 수차례 "과세형평 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이번에 결정된 게 아닌 2017년 하반기에 결정이 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2017년 8월2일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안'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정해진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당시 기재부 수장이었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세법개정안에서 대주주의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며 "개별 회사 지분 기준을 2018년 15억원 이상, 2019년 10억원 이상, 2020년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양도세를 대주주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있는데, 2021년 4월부터는 요건을 3억원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상장 주식에 대한 과세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17년 하반기에 결정됐다는 홍 부총리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뜻이다.
대주주 비율 1.5% 불과…시장 영향 얼마나
정부의 계획대로 대주주 요건 강화는 최근 2년간 별다른 논란 없이 진행됐다. 대주주 요건이 강화되는 연말마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물 폭탄이 이어졌지만, 순매도 규모는 연간 3조원 정도에 머물렀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감에서 "대주주 요건 3억원에 해당하는 투자자는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며 올 연말에도 큰 후폭풍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장에선 올해 연말 증시에 미치는 파장이 과거와는 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자 수보다 투자 규모를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식 종목 3억~10억원을 보유한 주주의 시가총액은 41조5833억원이다. 새롭게 과세 대상으로 편입되는 주식 42조원이 매물 폭탄으로 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주주 수로는 전체 개인 투자자의 1.5%에 불과하지만 보유한 주식 규모로는 전체 투자액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이 매도하는 주식이 시장 전체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10년 간 대주주 요건은 다섯 차례 강화됐는데, 매년 12월 개인들이 대거 매도해 주가가 떨어지는 결과를 보였다"며 "그동안 개인의 순매도가 연간 3조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3억원' 기준 대체 어디서 왔나
3억원 기준을 놓고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기재부를 포함해 정부에서는 어느 누구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춘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



개인 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3억원이란 숫자에 대해 누구도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숫자인지 알 수 없는데, 정부는 과세 형평성이란 이유로 고집만 부리고 있다"고 했다.

모든 투자자에 대한 전면 양도세 부과라는 방향성을 보여주기 위해 3억원이란 기준을 정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황 연구위원은 "그동안 대주주 요건은 100억원→50억원→25억원→15억원→10억원으로 사실상 전반 단위로 줄었다"며 "10억원 다음으로 5억원으로 줄고 3억원으로 두 차례 줄어야 하는데, 정부는 3억원으로 한 번만 낮춘 뒤 바로 전면 과세로 가는 길을 택했다. 전면 과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정부는 2023년부터 양도세 전면과세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전면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당분간은 10억원을 유지하는 게 합리적이라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동학개미 "홍남기 해임하라" 반발
정부가 대주주 요건 강화 강행 의지를 드러내자 동학개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투연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납세자의 소득과는 관계없이 한 종목 3억원 이상 보유자만을 납세자로 삼는 것은 공평 과세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한투연은 "현행 대주주 양도세는 손익합산 적용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종목에 큰 손실을 봐도 3억원 이상 한 종목에서만 수익이 발생하면 수익 전체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며 "도세를 회피하기 위해 개인투자자는 연말 하락장에 매도할 수밖에 없다. 이게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평등과 공정과 정의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더 이상의 민심 악화와 국론 분열의 참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홍남기 장관을 즉시 해임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번 기회에 자본시장에 대한 인식과 장기발전 계획의 존재 여부를 국민 앞에 밝혀라"고 강조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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