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원전 생태계 '최후 보루' 신한울 3·4호기 불씨 살려놔야

입력 2020-10-22 18:06   수정 2020-10-23 00:13

“이제는 정말 마지막인 것 같다.” 한 원전설비업체 대표가 한경과의 인터뷰(10월 22일자 A1·3면 참조)에서 올해 말 사업을 접겠다며 한 말이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타당성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기다리며 탈(脫)원전 정책의 반전을 기대했던 기업들이 좌절하고 있다. 감사원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사실상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정부·여당은 “탈원전 정책을 그대로 추진해나가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다.

산업현장에서는 원전산업이 전멸로 치닫고 있다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 원전업체인 두산중공업부터 그렇다. 올해에만 1000명 이상이 회사를 떠났다. 적지 않은 인력이 해외로 나갔고, 이들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두산중공업에 원전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도 급격히 줄고 있다. 일자리 절벽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하고 있다. 그나마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재개했기에 이 정도다. 신고리 5·6호기 주요 공사가 연말에 끝나면 원전 생태계 붕괴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가 이번 감사에 희망을 걸었던 절박한 이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원전 업계의 어려움을 알고 있다”고 했지만 대통령 말 한마디에 원전 경제성을 왜곡하는 부처를 누가 믿겠나. 탈원전 로드맵이란 정해진 목표에 끼워 맞춘 것이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의결이면,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의결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지도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종합판단만 유보했을 뿐, 보고서 전반의 맥락은 월성 1호기 조기폐쇄가 원인 무효임을 말해주고도 남는다.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추진되기는 마찬가지인 신한울 3·4호기 중단도 원인 무효 행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

불행히도 월성 1호기는 재가동을 하려 해도 핵연료 준비에 필요한 기간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어렵게 됐다. 정부가 계속운전 허가기간인 2022년 11월까지 다른 대안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조기폐쇄 의결과 함께 즉시 가동중단을 밀어붙인 탓이다. 산업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다시 복원하기 어렵다.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내세운 온실가스 감축의 유력한 수단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로잡을 기회는 아직 있다. 보류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는 것이다. 원전산업의 완전 붕괴를 막을 마지막 불씨는 살려놔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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