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는 4명, 공군 대장은 푸들"…그들이 왕에 분노하는 이유

입력 2020-10-24 17:06   수정 2021-01-22 00:01


태국에서 왕실의 개혁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4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의 요구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과 군주제 개혁. 7000만 국민의 존경과 사랑으로 지탱해온 태국 군주제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태국의 군주제에 균열이 일어난 시발점은 2016년 12월 푸미폰 전 국왕이 서서 직후 왕위가 그의 아들인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에게 넘어가면서다.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즉위 이후 수차례 반복된 결혼과 이혼, 애완견을 향한 기괴한 집착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에는 400억 달러(한화 약 45조8천억원)에 달하는 왕실 재산을 사유화한 마하 국왕이 이를 방탕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2030세대 중심으로 일어나던 비난의 목소리가 반정부 시위라는 행동으로 발현된 것이다.
국왕 권위의 '끝없는 추락'…"방탕한 생활에 기괴한 추문까지"
지금껏 태국에서 국왕이 가지는 위치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인간과 함께 사는 신(神) 또는 국민의 아버지로까지 추앙받는 존재였다.

그들의 존경심은 총리를 비롯한 고관들까지 왕족을 가까이서 알현할 때 무릎을 꿇고 땅바닥을 기듯 다가가는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지금도 모든 공적인 행사는 물론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서도 국왕 찬가가 연주되며, 태국 전역의 도로와 상가 등 공공장소에는 어김없이 국왕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태국 국왕의 권위는 13세기 수코타이 왕조로부터 시작된 오랜 왕정 역사의 산물이다. 그러나 국왕의 권위를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2016년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라마 9세) 전 국왕이다.

1946년 19살의 나이에 즉위한 푸미폰 전 국왕은 무려 70년을 재위했는데, 생전에 전국 국민들의 생활상을 일일이 살피고 다양한 개발사업을 추진해 태국을 중진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푸미폰 전 국왕을 존중하는 문화는 왕실 모독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형법 규정까지 만들어 냈다. 태국 형법 112조는 왕과 왕비, 왕세자와 섭정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는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국민의 존경은 태국의 절대왕정을 유지하는 근간이었다. 1932년 절대왕정이 종식되고 입헌군주제로 전환됐음에도 태국은 여전히 이전의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푸미폰 전 국왕의 왕위가 마하 와치랄롱꼰(라마 10세) 국왕에게 넘어가면서 군주제를 지탱했던 국민의 존경이 흔들리고 있다.

즉위 당시부터 마하 국왕의 행보는 입방아에 올랐다. 추모 기간이 끝나자마자 3일간 365억원을 들여 초호화 대관식을 열은 마하 국왕은 사생활에서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약 40년간 총 4명의 부인을 두었는데, 4번째 부인인 현 수티다 왕비와 결혼한 지 두 달만인 지난해 7월 또 다른 여성을 배우자로 맞이해 구설수에 올랐다.

그를 따라다니는 추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15년에는 자신의 애완견 ‘푸푸’가 죽자, 태국 군대의 공군대장 직위를 부여하고 성대한 장례식을 여는 기이한 행동을 보였다. 논란의 영상이 꾸준히 밝혀지고 있는 것도 문제 중 하나다. 과거 스리라스미 왕세자비를 나체로 만들어 파티를 여는 동영상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유출된 바 있으며, 지난 2017년에는 독일에서 배꼽티를 입고 의문의 여성과 함께 쇼핑하는 동영상이 페이스북에 유포되면서 세계적으로 이목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마하 국왕, 금융권력 사유화…국민 '생활고'에도 휴양지서 나몰라라
이 모든 추문에도 쓴소리하지 않았던 태국 국민들이 최근 시위를 이어가며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태국 왕실이 ‘금융권력’을 사유화하면서 입헌군주제의 한계선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마하 국왕은 현재 400억 달러(한화 약 45조8천억원)에 달하는 왕실 재산과 군대를 송두리째 사유화하고 있다. 지난 2018년 태국왕실자산국(CPB)이 80년간 관리하던 왕실 자산을 마하 국왕에게 양도했다고 밝힌 바 있는데, 마하 국왕이 해당 재산을 사용할 시 CPB 이사회의 결의 등을 거쳐야 한다는 감시 조항을 무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당시 국민들은 국왕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헌법 탓에 별다른 비난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면서 마하 국왕의 호화스러운 생활이 재조명됐다.

현재 태국의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의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8%로 떨어졌고 올해 4월까지 신규실업자가 400만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마하 국왕이 공적 자산이었던 왕실 자금으로 3월부터 독일 휴양지에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졌다.

마하 국왕은 비행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왕실 재산으로 항공기나 헬리콥터를 38대나 구매했는데 유지비와 연료비만 1년 20억바트(750억원)를 사용했으며, 600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를 구입하면서 왕실 재산을 방탕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에 태국 시민들은 현재 왕실의 금융 권력 등을 비롯해 감시받지 않는 권한들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현 국왕이 공개지지하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까지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해외에서조차 태국 왕실이 도를 넘었다며 국민의 뜻을 반영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영국 BBC는 "태국에서 왕실에 대한 비판은 중형을 받는 범죄지만 시위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금 태국은 혁명적 순간"이라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또한 유엔에 태국 정부의 시위대 탄압 중단을 요청하라고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대의 행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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