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5개월 병상 투병 끝에…가족들 품에서 임종

입력 2020-10-25 17:41   수정 2020-10-26 01:45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새벽 4시 삼성서울병원에서 향년 78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급성 심근경색으로 2014년 5월 병상에 누운 지 6년5개월 만이다.

지난 22일부터 신장 상태 등이 급격히 나빠졌다. 24일 밤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급히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마지막 순간 고인 곁에서 임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심장 이상 증상으로 자택 인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실에 실려온 것은 2014년 5월 10일 오후 10시55분이다. 당시 당직근무를 하던 응급실 전공의가 심장 박동이 멈춘 이 회장에게 급히 심폐소생술(CPR)을 했고, 11일 새벽 0시20분께 구급차를 이용해 삼성서울병원으로 급히 옮겼다.

권현철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등은 바로 심장 혈관을 넓히는 스텐트 시술을 진행했다. 시술 이후 심폐 기능이 멈춘 환자의 혈액에 산소를 공급하는 에크모(인공심폐기) 치료, 뇌 손상을 줄이기 위한 저체온 치료도 진행했다.

급성 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은 90분이다. 심장이 멈추면 몸에 혈액이 돌지 않는다. 이때 망가지기 시작하는 것은 뇌다. 뇌로 혈액이 가지 않으면 산소가 부족해져 뇌 세포가 죽기 시작한다. 저체온 치료는 진정제를 투여한 뒤 환자를 재워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다. 당시 심폐소생술 후 중환자실 치료가 장기화되면서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다.

이 회장은 급성 심근경색 증상을 호소한 지 9일 만인 2014년 5월 19일 삼성서울병원 20층 VIP병실에 입원했다. 6년5개월에 이르는 병상 생활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일반병실 입원 후 한 달 넘게 홍 전 관장과 이 부회장이 수시로 병실을 찾아 그의 상태를 살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과 의사, 간호사 등이 별도 팀을 꾸려 이 회장 치료를 전담해왔다.

입원 초기에는 여러 차례 고비도 있었지만 의료진의 대처로 응급 상황을 벗어났다. 최근 몇 년간 산소호흡기 없이 숨을 쉬고 병실에서 재활치료도 하는 안정적 상황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교수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태로 지내다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진 것으로 안다”며 “고령에 움직임이 제한돼 체력이 떨어진 데다 장시간 입원으로 인한 폐렴 등을 이겨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의 병환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에서 폐 림프암 수술을 받았다. 이후 호흡기 건강을 위해 겨울이면 기온이 온화한 미국 등에서 요양해왔다. 암과의 싸움도 잘 극복한 그지만, 70대 초반에 찾아온 심장질환은 끝내 이겨내지 못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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