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기술의 한계 돌파하라"…마지막 신년사서도 혁신 강조

입력 2020-10-25 17:38   수정 2020-10-26 01:36

“다시 한번 바뀌어야 합니다. 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합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14년 병상에 눕기 전 마지막으로 발표한 신년사의 일부다. 이 회장은 그해 경영 키워드로 ‘마하경영’을 내세웠다. 마하경영의 핵심은 ‘한계 돌파’다. 제트기가 음속(1마하는 초속 340m)을 돌파하려면 설계도·엔진·소재·부품을 모두 바꿔야 하듯, 삼성이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체질과 구조를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회장은 경영전선에 나선 마지막 해인 2014년에도 성장을 강조했다. 그해 1월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신년하례식에서 올해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많이 하겠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시기인데 우리 모두 힘을 합쳐 극복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마지막 공식석상 모습은 2014년 4월 17일 김포공항에서였다. 당시 이 회장은 1월 초 출국해 하와이, 일본 등을 다녀온 뒤 세 달여 만에 귀국했다. 그는 건강 상태를 묻는 질문에 “보시는 대로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다 전날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들은 뒤 “큰 사고다. 참 안타깝다”며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이 회장의 ‘못다 이룬 꿈’도 주목받고 있다. 이 회장은 산업 전반에 대한 안목이 높은 만큼 해내고 싶은 사업이 수두룩했다. 자동차 사업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1995년 삼성자동차를 설립했다. 이 회장은 “나는 자동차산업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공부했고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며 “즉흥적으로 시작한 게 아니고 10년 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연구해왔다”고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다른 그룹과의 ‘빅딜’에 실패하면서 2000년 자동차 사업에서 철수해야 했다.

이 회장이 항공 사업의 의지를 불태운 일화도 유명하다. 이 회장은 1985년 6월 부회장 시절,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미국 P&W의 최대주주인 UTC그룹 해리 그레이 회장을 만나 항공기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 협약을 처음 체결했다. 당시 한국은 항공산업 불모지로 불렸다. 그럼에도 이 회장은 항공산업의 지속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해 적극 나섰다. 이 협약을 계기로 당시 삼성정밀(옛 삼성테크윈)은 항공기 엔진 사업에 속도를 냈다. 삼성테크윈은 2015년 한화그룹이 인수해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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