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 '머리카락 30분의 1 굵기' 동박 만든다

입력 2020-10-26 17:53   수정 2020-10-27 01:08


지난 22일 전북 정읍시 북면 제3산업단지에 있는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수십 개의 생산설비(티타늄 드럼)에서 황갈색의 얇은 금속이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전기자동차 리튬이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얇은 구리막 동박(銅箔·사진)이다. 김영태 SK넥실리스 대표는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200여 명의 현장 근로자들이 4조3교대로 365일 24시간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설립된 SK넥실리스는 지난해 세계 2차전지 동박 시장에서 세계 1위 점유율을 차지한 동박 기업이다. SK넥실리스의 전신은 LG그룹 계열사였던 LG금속이다. 이후 LS엠트론, KCFT를 거쳐 올초 SK그룹의 화학·소재 계열사인 SKC가 1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사명인 넥실리스는 라틴어로 ‘연결’이라는 뜻이다.

정읍공장의 동박 제조 공정은 크게 △구리 원재료를 녹이는 ‘용해’ △티타늄 드럼에서 동박을 만드는 ‘제박’ △동박을 고객 요청에 따라 다양한 폭으로 생산하는 ‘슬리팅’ 등으로 구분된다. 동박 사업은 얼마나 얇게 만드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된다. 동박이 얇을수록 많은 활성물질을 바를 수 있어 배터리를 고용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도 늘어난다. 통상 전기차 1대당 약 30㎏의 동박이 사용된다.

SK넥실리스는 2013년 6㎛(마이크로미터: 1㎛=100만분의 1m) 두께의 동박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2017년엔 5㎛, 지난해엔 4㎛ 두께 동박을 30㎞ 길이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모두 세계 최초다.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수준인 4㎛ 두께의 동박 시제품을 직접 만져보니 살짝만 힘을 줘도 찢어질 정도였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알루미늄 포일(16㎛)의 4분의 1 두께다.

동박은 두께뿐 아니라 길이와 넓이도 중요하다. 동박이 길고 넓을수록 고객사는 생산성이 올라간다. 문제는 동박 두께가 얇아 길고 넓게 생산할수록 쉽게 찢기고 주름이 생긴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20년이 넘는 제조 노하우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얇고 넓고 긴’ 동박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경쟁사에 비해 기술력이 5~8년가량 앞서 있다”고 말했다. SK넥실리스의 주력 제품인 6㎛ 동박은 최대 70㎞까지 생산할 수 있다.

공장 바깥에선 내년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는 5·6공장 증설 공사가 한창이었다. SK넥실리스는 2400억원을 들여 올해 기준 연 3만4000t인 동박 생산능력을 2022년까지 5만2000t으로 늘릴 예정이다.

전기차 배터리 기업의 수요 증가로 SK넥실리스는 지난 2분기 전 분기 대비 95.5% 늘어난 13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SK넥실리스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동박을 납품하고 있다.

해외 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동남아시아와 유럽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며 “연내 공장 부지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읍=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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