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부상한 두 가지 위험- 트럼프 승리, 코로나[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0-26 07:58   수정 2021-01-23 00:01


뉴욕 증시는 지난 3월 말부터 급상승했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미 경제가 봉쇄됐지만, 미 중앙은행(Fed)이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자 살아났습니다. S&P 500 지수는 현재 코로나 발생 이전인 2월 말 수준을 넘었으며 연간으로 따져 6.9% 상승한 상태입니다.



이 시점에서 주식에 투자해야할 이유를 따져보면 △돈이 넘친다 △주식 외에 투자할 곳이 없다 △경기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기업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도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다 △코로나가 재확산되고 있지만 사망률은 통제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것이다 등의 주장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위협적 요인도 많습니다.
△대장주인 기술주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세금이 인상되고 규제가 증가한다 △코로나 재확산이 경기 회복을 위협할 수 있다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지나치다 △많은 돈이 풀려 인플레이션 위협이 커지고 있다 △미중 갈등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등입니다.

미 증시의 주가는 상당 부분 이런 요인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가격에 덜 반영된 요인이 발생한다면 시장의 방향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런 요인 중 대표적인 게 ① 트럼프의 당선 ② 코로나 재창궐로 인한 경제 재봉쇄입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장세는 어떻게 변할까요? 지금까지 시장은 바이든의 당선, 그리고 백신 개발 등으로 인한 코로나 통제, 그리고 경기 개선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① 트럼프의 예상 밖의 당선



미 대선을 열흘 앞두고 바이든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로 앞서 있습니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여론조사 집계 평균을 보면 바이든은 50.8%의 지지율로 트럼프(42.7%)에 비해 8.1%포인트 차이로 이기고 있습니다.

다만 변화 조짐이 있습니다. 우선 격차는 살짝 좁혀지는 추세입니다. NBC 조사를 보면 51%대 42.7%로 앞서지만, 그 격차는 1주일 전에 비해 1% 포인트 감소했습니다. 파이브써티에잇의 여론조사 집계를 봐도 1주일 전보다 0.4%포인트 낮아졌습니다. 트럼프 지지층이 결집하기 시작한 걸까요?

게다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를 예상했던 일부 여론조사 회사들이 또 다시 트럼프 역전 가능성을 담은 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습니다.

라스무센과 트라팔가가 그런 회사입니다. 라스무센은 20~21일 조사에서 트럼프가 대표적 경합주인 플로리다에서 4%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1% 앞선 것으로 집계했고 애리조나에선 1%포인트 뒤졌다는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트라팔가도 지난 11~13일 조사에서 트럼프가 2%포인트 차로 플로리다에서 앞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선의 열쇠를 쥔 경합주들에서 여전히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겁니다.

2016년 '샤이 트럼프'의 약진에 놀란 사람들은 여전히 경계감을 감추지 못합니다. 바이든 캠프 선대본부장인 젠 오말리 딜런은 "이번 레이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접전이며 상당히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여전히 바이든 승리 확률이 80% 이상"이라며 "바이든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 이겼던 주와 경합주 6곳 중 현재 지지율에서 상당히 앞서 있는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만 가져오면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은 이들 3곳의 경합주에서 오차범위를 넘는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6년 '샤이 트럼프'의 존재에 놀란 많은 여론조사 업체가 '학력이 낮은 백인 남성층'의 영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이미 조사 모델을 보정했습니다. 이 때문에 이번엔 '샤이 트럼프'의 영향력이 상당폭 여론조사에 반영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선 사상 최대 인원이 사전투표에 나서는 등 투표율도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통상 백인들은 유권자 등록율과 투표율이 높고 흑인, 아시아인, 라티노 등 유색인종은 낮습니다.
그래서 투표율이 평소보다 높으면 민주당이 유리하고, 반대의 경우 공화당이 좋습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유리한 상황입니다.

이런 모든 예상을 뒤집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뉴욕 증시의 향방은 어떻게 바뀔까요?

전반적인 시장 움직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어느 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던 S&P 500 지수는 계속 올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상원을 누가 차지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하지만 1929년부터 작년까지 따져보면 한 정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모두 지배한 45년간 S&P 500 지수는 7.45% 올랐고, 그렇지 않을 때(대통령과 의회 지배가 엇갈렸을 때) 7.26% 상승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제로금리와 무제한 양적완화를 이어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에 급격한 변화를 주거나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2016년 말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승리 이후 2017년 1월 말 취임식 때까지 S&P 500 지수는 감세, 인프라 지출 증가, 규제 완화 기대 등에 힘입어 6.2% 상승했습니다.

이번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고, 코로나는 통제되지 않고 있으며, 미중 갈등도 더욱 더 격화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공화당의 의회 장악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업종, 종목별로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식정보 매체 배런스는 2016년 선거 이후에는 감세 기대, 성장 예상 등으로 전반적인 시장 상승세가 나타났는데 이번엔 그것보다는 에너지, 군수, 금융 등 몇몇 업종만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재까지 나타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제약주 등에 쏠렸던 매수 움직임은 되돌려질 수 있습니다. 퍼스트솔라 등을 포함한 아이셰어즈 글로벌 클린 에너지 ETF(ICLN) 등은 지난 한 달간 23% 상승했었습니다.



의회를 민주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더 큰 부양책에 대한 기대도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규모 부양책을 기대하며 올랐던 건축 자재, 자동차 부품, 소비 금융 등의 업종도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② 코로나는 일상 생활화되지만 통제는 없어질 것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확산 속도는 기록적입니다. AP 통신에 따르면 지난 23일 8만3757명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데 이어 24일에도 8만3718명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4월 코로나가 첫 번째 기승을 부를 때도 하루 감염자는 8만 명을 넘지 않았습니다. 2차 확산 때인 지난 7월에도 7만7000명 수준이 최고점이었습니다.

8만 명대에서 멈출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날씨는 더 추워지고, 대선을 앞두고 미국인들의 활동은 더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유럽은 더 심합니다. 인구가 한국보다 조금 더 많은 프랑스에선 하루 환자가 5만 명이 넘고 있습니다. 유럽 전체로는 하루 10만 명 이상 확진자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일부 주는 학교 폐쇄 등 경제 재개 조치를 되돌리고 있고 조금씩 살아나던 경기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 상황으로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길게 우리 옆에 머물 것 같습니다. 백신이 곧 나온다지만 약효나 생산, 유통 등에서 바로 코로나를 퇴치하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될까요? 경제 재개로 살아나던 미국, 유럽 등은 다시 경제활동을 봉쇄하고 경기는 침체로 들어가야 할까요?

JP모간은 최근 코로나가 우리 곁에 오랜 기간 머물 것이란 걸 가정해 2021년을 예측하는 시나리오를 내놓았습니다.



JP모간은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고 있지만 2021년은 2020년과 같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우선 감염 발생과 사망의 전반적인 위험 수준은 이번 겨울 이후에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치료법 발전, 대중의 인식 상승, 통제에 따르는 더 신속한 반응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병원의 대응 역량 강화와 치료법 개선(스테로이드 투여) 등으로 사망률은 감염률에 비해 훨씬 더 잘 통제되고 있습니다. 한 때 7.2%까지 치솟았고 현재 2.8% 수준인 미국의 코로나 사망률은 내년 1분기면 2%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따라 JP모간은 올해는 각국이 감염률 억제를 위해 경제 봉쇄 전략을 취했지만, 내년에는 변화를 예상했습니다. 봉쇄는 많은 경제적 부담과 비용이 드는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입니다.

JP모간은 사회가 코로나 대응법에서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만큼 향후 공중보건 정책의 초점을 봉쇄보다는 '환자 치료'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위해 △대대적 무료 테스트 확대 △잠재적 치료제의 보험화(무료 치료) △대규모 항체 검사 등을 실시해야한다고 봤습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어가기만, 감염자가 발생하면 직장과 학교 병원 등을 일시 폐쇄하는 식의 현재의 감염 관리 전략은 없애는 식으로 수정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감염이 예전보다 훨씬 적은 클로스터(무리)단위로 산발적으로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차별 폐쇄가 반복될 경우 커다란 경제적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테스트에만 최소 2~3일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젊은 층과 노동인구의 사망 위험은 상당히 낮아 보이며 모든 무증상 사례를 식별하기는 어렵습니다.

JP모간은 내년이면 저비용의 빠른 테스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개발 중인 5~30분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테스트가 나오면 공공장소의 감염 위험 수준을 낮춰 전반적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 잠재적 백신과 치료제 개발이 이런 위험을 더 낮출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JP모간은 감염자의 평균 회복 기간도 현재 약 2주에서 향후 1주 미만으로 단축된다면 감염률 통제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른 대중의 스트레스 수준이 크게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다만 국가 간 국경폐쇄나 항공여행 제한 조치 등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비슷한 수준으로 코로나 통제에 성공한 국가끼리만 점진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지난 15일 싱가포르와 홍콩은 여행자들이 격리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예비 조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JP모간의 결론을 보면 코로나 창궐에도 경제 회복은 이어질 듯합니다. 하지만 그 속도는 매우 느리고, 2021년이 2020년 같지는 않겠지만 2019년 같지도 않을 겁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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