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선거운동 막바지…유명희 당선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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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6 11:19   수정 2020-10-26 11:25

WTO 사무총장 선거운동 막바지…유명희 당선 가능성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절차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 중 누가 당선될지에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 본부장이 열세다. 하지만 '대역전극'의 가능성도 아직은 남아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WTO 사무총장 선거의 진행 상황 및 주요 관전 포인트를 정리했다.
"기본적으론 불리한 싸움"
WTO 사무총장 선출은 몇 차례 라운드(단계)를 거쳐 후보자를 추려나가는 방식으로 한다. 이번 사무총장 선출은 3라운드에 걸쳐 진행한다. 유 본부장은 다섯 명의 후보가 오른 2라운드에서 세 명을 따돌리고 결선인 3라운드에 진출했다. 사무총장은 관례적으로 투표가 아닌 합의를 통해 선출된다. 사실상 내부 투표를 거친 뒤 1위 후보를 '모든 회원국이 지지'하는 식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WTO는 관련 협의 절차를 27일까지 진행해 11월 7일 전 최종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문제는 국적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유 본부장이 불리한 편"이라고 말한다. 대륙·국가별 안배는 국제기구 수장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 없었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가 오콘조-이웰라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시아는 2002년 태국 출신 사무총장을 배출한 적이 있다.

선출 과정에서 '아프리카 자동 단일화'가 이뤄졌다는 점도 악재다. 아프리카는 총 164곳의 가입국 중 가장 많은 투표권(44표)을 보유한 대륙이다. 당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선에서 케냐의 아미나 무함마드 후보와 오콘조-이웰라 후보의 2파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무함마드 후보는 여성 최초로 WTO 최고정책결정회의인 각료회의 의장 및 총회 의장을 지낸 경력이 있다. 하지만 예상을 뒤집고 무함마드 후보 대신 유 본부장이 결선에 올라가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표가 한 쪽으로 쏠릴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런 열세 때문에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인적 역량은 유 본부장이 오콘조-이웰라 후보 못지 않게 출중해서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다. 오콘조-이웰라 후보가 국제 개발과 거시경제 분야에서 이름이 높긴 하지만, 통상 업무를 맡은 이력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윌리엄 라인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두 후보 모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어 격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건은 '유럽 몰표'
대륙별 안배가 '명분'이라면, 가입국과 한국과의 관계 및 국제 정세는 '실리'다. 실리 측면에서는 각국 관계와 역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후보의 유불리를 단정짓기 쉽지 않다.

아직도 어떤 후보에게 표를 줄 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EU 회원국 27개국은 통상 한 후보에게 '몰표'를 준다. EU 회원국 통상 외교관 회의에서 합의를 통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EU 비회원국까지 합하면 유럽의 표는 41표로, 표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44표)에 육박한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오콘조-이웰라 후보 지지 입장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륙별 안배에 더해 식민 지배의 경험이 있던 아프리카를 도와야 한다는 역사적 부채감이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동유럽과 발트해 국가들은 유 본부장을 지지하는 쪽이다. 한국 기업들이 동유럽 지역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EU는 지지 후보 결정을 놓고 막판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몰표'를 받는 후보가 사무총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지지, 일본은 반대
미국은 유 본부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맹 관계인 데다 아프리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프리카 대륙 출신 사무총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친중 논란'에 빠졌던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내년 1월23일까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이기 때문에 입장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본은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유 본부장의 당선이 일본의 손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 본부장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 이 문제를 WTO에 제소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WTO 사무총장은 개별 분쟁에 관여하지 않지만, 유 본부장이 당선되면 일본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정부 "총력 지원"
정부는 이런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유 본부장을 총력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유럽국가 정상 등에게 전화를 돌리며 유 본부장 지지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성윤모 산업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 고위급 주요 인사들도 지지 호소에 발 벗고 나섰다.

정부 관계자는 "상대 후보의 당선이 처음부터 유력하긴 했지만, 우리가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대국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하니 EU 등을 주로 공략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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