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희선 "'예쁘다'와 '믿보배' 다 듣고 싶어요"

입력 2020-10-30 08:23   수정 2020-10-30 09:26


화면을 뚫고 나오는 매력은 연예계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진행하는 비대면 화상 인터뷰에서도 이어졌다.

배우 김희선은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최고의 스타다. CF모델로 데뷔, 1994년 '춘향전'에서 주인공 춘향이를 연기하며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김희선은 완벽한 미모에 유쾌하고 솔직한 입담을 갖춘 '청춘' 스타를 거쳐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지난 2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에서도 도도한 천재 물리학자 윤태이와 따뜻한 모성애를 가진 엄마 박선영을 동시에 연기하며 시간여행이라는 다소 어려운 소재의 드라마를 마지막까지 이끌었다.

처음 진행한는 화상 인터뷰에 "비대면은 처음이지만 열심히 하려는 배우, 김희선"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인터뷰어를 사로잡은 김희선은 이후 매 질문마다 빵빵 터지는 센스있는 답변으로 '역시 베테랑'의 면모를 보였다.

"예쁘다는 말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도 모두 놓칠수 없다"는 욕심쟁이 김희선은 자신을 "믿보예배"(믿고 보는 예쁜 배우)로 불러달라고 했다. 결혼과 출산 후 변함없는 미모에 한층 성숙한 연기력을 보이고 있는 김희선은 "이번 작품은 딸과 남편 모두 좋아해줬다"며 "제가 엄마이기 때문에 더욱 몰입해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1인2역 연기를 하며 신경 쓴 부분이 있을까.

선영과 윤태이는 다른 듯 같은 인물이다. 선영에게서 태이가 보이면 안되고, 태이를 보면서 선영이 보이면 안되니까. 시간이 있었다면 더 잘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작업 여건상 시간도 촉박하고, 제가 감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을 때 촬영을 할 때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또 대사량이 만만치 않았다. 너무 많았다.(웃음) 연기하면서 헷갈릴 때도 있고. 그거 빼곤 재밌게 촬영했다.

▲ 태이와 선영을 연기하면서 어떤 차이점을 줬을까.

선영의 모성애는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다. 모성애가 있어야 박진겸(주원)이 왜 죽은 엄마를 위해 시간 여행을 하고, 엄마를 구하려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선영이를 연기할 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생각했다. 태이는 그걸 파헤치는 인물이다보니 시청자에게 시간여행, 양자역학, 평행세계에 대한 어렵다는 거부감을 줄이고 쉽게 이해시켜줄 캐릭터라고 여겼다.

▲ '나인룸'에서도 1인2역을 했는데, 1인2역 매력이 있을까.

연기를 하면서 참 재밌다. 연기를 하면서 최소 8개월 정도 그 사람으로 사는 건데, 한 사람으로 사는 것보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른 사람을 연기한다는 거 자체가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할 수 있는거 같다. 연기를 하면서 내내 지루하지 않게 촬영했다.

▲ 시간여행이 가능해 과거로 가고 싶다면, 인간 김희선은 어디로 가고 싶을까?

시간여행이 소재라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제 답은 언제나 '현재가 가장 좋다'다. 20대 때부터 활동을 했는데, 그땐 작품을 선택하고 연기를 하는 방향이나 이런 부분들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이제는 활동도 오래하고, 감독님들과 많은 대화도 하다보니 제 의견을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더라. 그래서 전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지금이 정말 좋다. 만약 꼭 가야한다면, 사회생활 하기 전인 초등학교 시절로는 가고 싶다. 중학생만 가도 그 나름대로 전쟁 아닌가. 초등학교땐 아무 생각 없이 놀 수 있을 거 같다.(웃음)

▲ '앨리스'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다. 특히 결말에 대해 의견이 나뉘더라.

작품을 하다보면 열심히 했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지 않고, 평가도 좋지 않으면 저도 사람이다보니 실망할 때가 있다. 그럴 땐 SNS에 간다. 제 SNS엔 칭찬밖에 없어서 거기 가면 행복하다.(웃음) 포털 기사 안좋은 댓글을 보다가 SNS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앨리스'에 대한 의견이 갈리는 부분도 있지만 전 좋은 의견을 보면서 만족하려 한다. 무엇보다 결말은 작가와 연출자의 영역이라 생각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청자들이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을 남겨놓아서 좋더라. 배우들도 생각하는 결말이 다르다.(웃음)

▲ 공백기 없이 활동하는 이유가 있을까.

그런 룰은 없다. 작품이 맘에 들고, 캐릭터가 좋다면 쉬지 않고 할 수 있는 거 같다. 그리고 요즘은 다작을 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더라. 너무 오래 쉬면 존재감이 없어지지 않을까, 잊혀지지 않을까 그런 불안한 마음도 있다. 좋은 작품이 있다면 무조건 활동하고 싶다.

▲ 김희선도 작품을 안하면 잊혀질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는게 놀랍다.

너무너무 그렇다. 예전엔 제 이름이 언급이 안되면 자격지심도 갖고 그랬다. 지금은 많이 비웠다. 그럼에도 불안하다. 그래도 요즘은 대중과 소통하는 매개체도 많아져서 힘을 얻고 힐링이 되는 거 같다. 혼자 집에 있을 땐 불안함이 컸는데, 요즘은 쉬면서 작품을 고민하면서 SNS로 소통하면서 힘도 얻고, 불안감도 해소했다.

▲ 주원과 호흡을 맞춘 소감이 궁금하다. 메이킹 영상에서는 돈독해 보이던데.

예전엔 종영하고 메이킹이 나왔는데, 요즘엔 중간중간 방영을 하는 중에도 메이킹이 나오더라. 그래서 '몰입이 안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는데, 요즘은 보시는 분들도 그 자체를 보시더라. 그래서 저도 SNS에 많이 올리고 그랬다.(웃음) 촬영 현장에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가기 싫은데, 주원 씨는 정말 잘하고 착하고 성실하다. 촬영장이 힘들어도 따로따로 혼자서 어디 가 있는게 아니라, 같이 수다 떨면서 스트레스 풀었다. 그래서 '앨리스' 촬영장이 지금도 그립다.

▲ 이제 현장에서 선배다. 후배들과 연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서로 다 같이 편안해야 하는 거 같다. 약간의 불편함이라도 있으면 능력이 다 발휘될 수 없다. 현장을 불편하게 하는 게 싫더라. 소리가 커지는 것도 싫고. 화기애애한, 웃음이 가득한 분위기라면 자유분방하게 제 모든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 작품 안에서 다양한 도전, 다양한 연기를 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을까.

20대를 연기할 땐 '토마토'를 할 때 썼떤 소품을 썼다. 곱창밴드, 헤어밴드 등을 일부러 포인트로 줬다. 30대 땐 죽었다 깨어나도 못할 천재 물리학자 역이었는데, 전문적인 지식은 아무리 공부해도 어렵더라. 입에 달라붙게 내뱉고 외울 수 밖에 없더라. 다음부턴 똑똑한 교수같은 역은 안할 거다. 너무 힘들다.(웃음) 그리고 액션 신도 기억에 남고. 곽시양 씨와 녹음하는 장면도 있는데, 찍으면서 너무 울컥해서 자제가 안 될 정도라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다.

▲ 20대 모습이 지금과 다르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래도 힘들었다. 아무리 헤어밴드를 하고 손목에 곱창밴드를 둘러도. 목소리도 달라지고.

▲ 지금까지 필모를 보면, 과거엔 신데렐라류의 주인공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채로워진 거 같다.

'도전하는 김희선'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묘했다. 사회적인 분위기도 반영된 거 같다. 예전엔 힘든 역경을 딛고 씩씩하게 일어나는 캐릭터가 많았다면, 요즘은 달라진 분위기가 작품에도 반영된거 같다.

▲ 이젠 김희선이 누군가의 롤모델 아닌가.

그렇다면 감사하다. 저도 김희애 선배, 김혜수 선배를 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결혼하고, 나이도 있고 그러면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예전에 안했던 역할을 할 때 두려움이 있었는데 선배 배우들이 도전하는 걸 보면 자신감이 생긴다. 김혜수 선배, 김희애 선배 같은 분들처럼 후배들이 떠올릴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은 바람은 있다.

▲ '예쁘다'와 '믿보배' 어떤 타이틀이 김희선을 더 기분좋게 만들까.

다 좋다.(웃음) 예쁘다는 말 싫어하는 배우가 있을까. 그리고 '믿보배'는 배우로서 다 듣고 싶은 말이다. '믿고 보는 예쁜 배우'가 되고 싶다. 둘 다 좋다.

▲ 엄마 김희선은 어떤 모습일까.

딸이 이 작품을 참 좋아했다. '앨리스'를 볼 때 제 손을 꼭 붙잡고 '무섭다'면서 끝까지 다 봤다. SF적인 요소가 나올 때 사이렌 소리가 나는데, 초등학생들은 무섭다고 표현하더라. 저희는 스릴있고 쫀쫀한데.(웃음) 딸 친구들 중에도 드라마 팬들이 많더라. 실제 엄마라 모성애를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되기도 했다. 진겸이처럼 큰 아들은 아니지만 모성이라는 감정은 똑같다. 우리 애는 12살, 초등학교 5학년인데 벌써 다 컸다. 선영이를 연기할 땐 '큰아들이다' 이렇게 생각해서 했다. 그러다보니 감정이 과잉돼 힘들 때도 있었다.

▲ 앞으로 도전하거나, 연기하고 싶은 장르가 있을까.

해야되겠다 하는 건 없다. 늘 도전하는 김희선이 되고 싶다. 어떤 장르가 와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19금 파격적인 소재의 작품 제안이 온다면, 좋은 작품이라면 하겠다. 먼저 살을 빼고 운동도 하고.(웃음) 생각만 해도 어려울 거 같지만, 도전하는 김희선이니까. 도전!

▲ 남편과 '19금' 도전에 대해 얘길 나눠봤나.

남편은 창피해 할 거 같다. 맨날 집에선 파자마만 입고 있었으니까. (웃음) 일단 우리 남편은 SF 스릴러를 좋아한다. 그래서 '앨리스'를 특히 더 좋아하고, 항상 모니터를 해줬다. '품위있는 그녀'는 여성분들이 좋아하고, '앨리스'는 생각해보니 우리 가족 모두가 다 좋아했다.

▲ 오래 활동했기에 느끼는 아쉬움도 있을 테고, 깨고 싶은 편견이 있을까.

편견을 깨기엔 늦은거 같다.(웃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들을 한결같이 보여주는 게 제 의무같다. 그래서 열심히 노력하고 도전하는 김희선으로 기억되고 싶다. 앞으로의 제 모습은 저 역시 궁금하다. 배우 활동을 25년 넘게 하고 있는데, 제가 그리려는대로 그려지지 않더라. 마음대로 안되는 게 인생같다.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진 저도 궁금하지만 끝까지 쭉 사랑받고 싶다.

▲ 20대, 30대, 40대를 연기하면서 보내왔다. 혹시 지치거나,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나? 그럼에도 계속 연기를 하는 이유가 있을까.

20대때처럼 30대, 40대에도 연기를 했다면 번아웃이 왔을 거 같다. 20대 철없을때 멋모르고 일해서 지금의 30대, 40대에 저만의 시간을 갖고 작품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칠 때 쯤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됐다. 40대가 되니 지금 보이는 것들이 있더라. 전 지금의 생활에 너무 만족하고 감사하다.

▲ 연말이 다가온다. 수상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오는데.

오래 해보니, 상 받은건 딱 둘만 기억하더라. 저희 대표님이랑 저랑.(웃음) 둘만 주고받으면 될 거 같다. 욕심도 기대감도 없다. 연말 상은 딱 하루 대표님과 배우만 기억해서.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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