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배터리 분쟁에…LG화학·SK이노베이션 '한숨'

입력 2020-10-27 15:26   수정 2020-10-27 16:04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사이에 벌어진 2차전지(배터리) 기술 분쟁이 장기화 되고 있다. 결정권을 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최종 판단을 계속 미루고 있는 탓이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시장을 놓고 세계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 간 장기간 분쟁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ITC는 26일(현지시간) LG화학이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한 최종 판단을 오는 12월 10일로 6주 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ITC는 당초 이달 5일 최종 판결을 하기로 했다가 26일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또 다시 연기한 이유에 대해 ITC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를 두고 양사는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SK이노베이션 측은 “ITC가 이번 사건의 쟁점을 심도 있게 살펴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지난 2월 예비결정에서 조기패소 한 SK이노베이션은 두 차례 연기가 최종 판단을 바꿀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LG화학 측은 “코로나19로 ITC가 다른 결정들도 미루고 있다”며 “예비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그 근거로 지난 3월 이후 ITC에 올라온 사건 중 연기된 사례가 14건이나 더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이번 ITC 연기 결정이 두 회사 모두에 부정적일수 있다고 본다. LG화학은 오는 30일 배터리 사업 분사를 위한 주주총회 이전에 ITC가 결정해 주길 내심 원했다. 승소하면 분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수 있어서다. 일부 주주들이 분사에 반대하고 있어 분사 ‘명분’을 ITC가 주길 바랐다.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더 키우려면 분사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려 했다. 하지만 이번 ITC 연기 결정으로 당분간 소송 불확실성을 안고 가게 됐다.

SK이노베이션에도 부정적인 부분이 있다.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최종 패소 판정을 내리면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거부권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다. 미국 조지아주에 3조원 가까이 들여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어서다. 일자리를 의식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봤다. 대선을 앞두고 거부권을 ‘지렛대’로 쓸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대선 이후로 최종 판단이 넘어가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희박해 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소송 장기화로 인해 소송 비용은 급증할 전망이다. 양사는 ITC 제소건 이외에도 특허 침해와 손해배상 청구 등 10여건의 소송을 국내외에서 진행중이다. 지금까지 쓴 소송 비용만 3000억~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ITC가 있는 미국 워싱턴DC 대형 로펌들이 매일 파티를 벌이고 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양사 간 합의 가능성이 나오는 주된 이유로 막대한 소송비용이 거론되기도 한다.

하지만 ITC 최종 판단 이전에 합의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의견이다. 양사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고 ITC 결정 없이 합의하면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의를 한다 해도 ITC 최종판단을 갖고 해야 최고경영자(CEO)의 배임 이슈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양사는 연말까지 지리한 싸움을 더 이어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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