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연극이 끝난 후, 코로나가 끝난 후

입력 2020-10-28 17:48   수정 2020-10-29 00:18

‘연극이 끝난 후.’ 1980년 대학가요제에서 발표된 노래 제목이다. 이 40년 전의 노래는 아직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애달프게 하는데, 그중에서도 ‘연극이 끝난 후’라는 처음 가사가 모든 애달픔을 압도한다. 이 여섯 음절은 듣는 사람에게 ‘이 일이 끝난 후’ 또는 ‘네 삶이 끝난 후’를 묻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는 어떤 의미로는 연극이다. 며칠 전 타계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인생도 한 편의 연극이었으며, 연극 주제는 세계 1등 만들기였고, 연극 무대는 광활한 전 세계였다. 그의 타계로 인해 다시는 그의 연극을 볼 수 없다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문재인 정부의 5년 집권 연극은 아직도 공연 중이다. 시기적으로는 결론의 장에 근접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연극의 진짜 주제는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서민 살리기인지 죽이기인지, 정의 세우기인지 무너뜨리기인지 헛갈리기만 한다. 어찌 보면 이번에는 연극이 끝난 후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기도 하다. 과거 실패했던 연극의 전형적 실패 요인이다.

현재는 코로나 연극이 공연 중이다. 세계가 무대이고, 끝을 알 수 없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주제다. 코로나 연극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반대로 우리의 민낯은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자신보다 정부를 신뢰하고, 자기 책임보다 정부의 보호를 더 원하는 성향을 보인다. 국민이 믿는 정부는 돈의 힘을 믿는다. 돈을 풀면 경제가 성장하고, 자신들이 연극의 주연도 계속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 모든 민낯은 자유와 책임에 기반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한국에서 얼마나 안착하기 어려운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명한 국가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코로나 이후를 생각한다. 코로나는 우리 경제를 덮고 있는 먹구름이지만, 긴 안목에서 보면 심한 감기몸살 정도일 것이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코로나에 가려져 있던 우리 경제의 기저 질병이 물 위로 떠오를 것이다. 저출산, 저성장 그리고 저희망의 우울한 3중주다.

코로나 시기에 진행된 ‘부동산 폭등시키기’ 정책은 비혼을 조장하고, 저출산을 심화시킬 것이다. 정부 재정의 부실확대는 신생아 한 명당 수천만원의 빚을 탄생 축하 선물로 줄 것이고, 이는 출산율을 낮출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성장에 대한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성장의 주역이어야 할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고 있고, 전방위로 강화된 규제에 잔뜩 움츠리고 있다. 성장의 조연이어야 할 정부는 뉴딜이라는 이름의 정부 주도 투자정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투자의 결과에는 지금 정부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환상의 투자 놀이다. 주연과 조연이 바뀌면서 성장의 방정식은 이렇게 꼬여 있고, 성장의 열기는 그렇게 식어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은 더욱 작아지고 있다. 기득권을 없애겠다고 등장한 신기득권 계층의 신기득권 수호 노력이 눈물겹다.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듯한 국민 분열의 현장에서 과연 우리가 다시 힘을 합쳐 희망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늘어난다.

코로나 연극이 끝나도, 문재인 정부 5년 연극이 끝나도, 대한민국 경제는 끝날 수 없다. 코로나 대책만큼이나 코로나 이후의 대책도 중요하다. 양극화 심화의 비대칭 회복을 균형회복으로 만드는 방안, 비정상적으로 꼬여버린 주택시장의 완전 정상화 방안, 하염없이 무너진 재정규율을 회복하는 방안, 정부의 무책임한 부채주도성장이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주도성장을 유도하는 방안, 코로나 시기에 축적된 막대한 부실 정리 방안, 중국이 주장하는 제2차 항미원조(抗美援朝)에서 조(朝)가 한국이 되지 않게 하는 방안 등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이 모든 일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가 끝날 때쯤 시작하면 우리 경제의 코로나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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