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장례식 다음날 업무복귀…선제 투자로 '초격차'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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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9 17:11   수정 2020-11-06 15:40

이재용, 장례식 다음날 업무복귀…선제 투자로 '초격차' 벌린다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경기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장단 간담회에서 꺼낸 얘기다. 숱한 위기에도 삼성이 1위 자리에 오른 배경엔 지속적인 투자가 있었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당시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환경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초격차 전략을 꾸준히 펼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영업이익과 맞먹는 시설투자
삼성전자는 29일 올해 시설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 3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인 66조9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는 내용을 담은 실적과 시설투자 일정을 묶어서 함께 발표했다. 연말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중심으로 35조2000억원을 쏟아붓는 것이 핵심이다. 시설투자 금액이 올해 예상 영업이익과 맞먹는다.

전체 시설투자액 중 28조9000억원(82.1%)이 반도체 분야에 집중된다. 향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증설과 공정 개선을 위해 선제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설명이다. 대만 TSMC와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도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는 분야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생산라인에 극자외선(EUV) 5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삼성이 가장 역점을 둔 시설투자는 30조원을 투입한 경기 평택사업장 2라인이다. 축구장 16개 크기(연면적 12만8900㎡)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라인으로 최근 일부 라인이 가동을 시작했다. D램은 양산 중이며 차세대 V낸드,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을 만드는 생산라인 등은 공사가 한창이다. 화성 EUV 파운드리 생산라인(7조4000억원), 중국 시안 메모리 반도체 라인(17조원) 등도 삼성전자가 역점을 둔 시설투자 사례로 꼽힌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올해 4조3000억원 안팎의 시설투자가 이뤄진다. 기존 디스플레이 제조시설을 첨단 QD(퀀텀닷)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QD 시대’를 준비 중이다. QD은 ‘Q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약자다. 청색 OLED를 발광원으로 삼고 녹색과 적색의 퀀텀닷 입자를 넣은 컬러필터를 붙인 제품으로 내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선도적인 투자는 삼성의 미래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이기도 하다”며 “공격적인 투자 행보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018년 삼성 계열사들이 향후 3년간 시설투자를 포함해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발언이 나온 후 햇수로 3년째인 올해 말까지 약속한 만큼의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깨 무거워진 이재용
이 부회장은 전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례식이 끝난 뒤 29일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당초 이 부회장이 주말까지 휴식을 취한 뒤 다음주 초 창립기념일을 즈음해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이 휴식을 취할 만한 여유가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장 29일에 실적 발표와 투자 계획을 내놔야 했고 미국 대통령선거와 코로나19 재확산 등 챙겨야 할 현안도 산적해 있다. 재판에도 신경써야 한다. 장례 기간인 지난 26일부터 국정농단 사건 파기 환송심이 재개됐다.

이 부회장은 연말까지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미래 전략 구상과 연말 인사 준비, 재판 대비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전망이다. 해외 현장 경영을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회장은 베트남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귀국한 23일 공항에서 “일본 출장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신경영으로 삼성을 일으켜 세운 이 회장은 TV 부문에서 소니를, 스마트폰에서 애플을 제친 잔칫날에도 ‘위기’를 말했다”며 “이 회장 별세가 이 부회장에게 주마가편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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