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번에도 금융협회장 싹쓸이 노리는 '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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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9 18:01   수정 2020-10-30 00:10

[취재수첩] 이번에도 금융협회장 싹쓸이 노리는 '관피아'

금융협회장 A씨는 금융위원회가 소집한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공무원들에게서 깍듯한 예우를 받는다. 경제부처 장관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호칭부터 ‘회장님’이 아니라 ‘장관님’이라고 한다. 조만간 임기를 마치는 A씨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B씨 역시 금융위 고위공무원 출신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규제에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고민이 많은 이 협회로서는 ‘장관님 같은 회장님’의 존재가 든든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요즘 금융권에서는 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협회장의 후임에 관심이 쏠려 있다.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에서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임박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료 출신이 ‘싹쓸이’할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대체적인 관전평이다. 전망대로라면 6대 금융협회장 중 5명이 관료 출신으로 채워진다. 그나마 조금씩 나오던 민간 금융회사 출신 협회장은 더 줄어들게 된다. 한국거래소의 새 이사장 역시 관행대로 기획재정부나 금융위의 전·현직 차관급 인사가 맡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융은 ‘규제산업’이라는 이유로 관료 출신이 업계로 이동하는 관행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져 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117개 금융회사·공공기관으로 간 전직 경제관료는 207명이다. 공공기관 45명, 은행 25명, 보험사 66명, 증권사 45명, 협회 6명 등으로 업종도 다양하다.

물론 관 출신이라고 일을 못한다는 게 아니다. A씨를 포함해 업계의 민감한 현안을 척척 풀어내 후한 평가를 받는 사람도 많다. 관료 출신 후보자의 특별한 경쟁력은 당국과 ‘연결고리’가 돼줄 것이라는 기대에서 나온다. 민간 금융회사 출신과 달리 후배에게 언제든 전화를 걸 수 있고, 선배로서 존중받으며 설명할 기회도 얻는다. 반면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도 선명하다. ‘다음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나 관료 생활 막판의 ‘쉼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시민단체 금융소비자연맹은 29일 ‘금융협회장 인선, 낙하산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은행연합회(2명), 생명보험협회(5명), 손해보험협회(3명) 차기 회장 후보군 10명의 이력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6명은 모피아(기재부 출신), 2명은 정치인으로 분류해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 단체의 비판이 그야말로 돌직구다. “현직에서 금융권의 목줄을 잡고 슈퍼 갑질을 하다가, 민간인으로 신분이 바뀌면 자기들끼리 자리를 챙겨주는 구태가 반복되고 있다. 자진 사퇴하길 바란다.” 실명까지 언급된 당사자들로선 불쾌하겠지만, 반박하기도 쉽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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