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모성'으로 예쁘게 포장된 또다른 성차별

입력 2020-10-29 18:08   수정 2020-10-30 03:02

1980~1990년대에 태어난 남녀는 평등이라는 가치를 배우고 자랐다. 동등하게 교육받고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하고 결혼한다. 하지만 평등의 가치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무너진다. 주 양육자가 누구인지, 살림 담당은 누구인지 묻기도 전에 몫은 여자에게 돌아간다. 남편들은 가끔 도와주는 정도다.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은 여성을 돌봄과 양보의 최전선으로 몰아가는 성차별주의의 오류를 짚어내며 ‘충분히 평등해졌다’는 착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미국 뉴욕에서 20년간 성인과 부부를 대상으로 상담해온 임상심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다시 로크먼이 100여 명의 부모를 인터뷰하고 책을 썼다.

저자는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적대적 성차별’과는 달리 여성을 다정하고 따뜻한 인격체라고 칭송하며 교묘하게 진행되는 ‘온정적 성차별’은 사회 변화를 위한 집단행동을 억누른다고 지적한다. 이로 인해 ‘모든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지위를 부여받은 여성들은 오랜 시간 무임금 노동을 떠맡아야 했다. 미국 노동통계국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최근 가사노동 시간 기록에 따르면 맞벌이 여성과 남성의 가정 내 육아 분담률은 65 대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20년간 변하지 않았다.

저자는 무엇보다 ‘엄마가 가장 잘 안다’는 정해진 틀이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정해진 틀은 SNS를 통해 갈수록 은밀해지고 뚜렷해지고 있다. 밀레니얼 엄마들은 ‘좋아요’ 숫자와 댓글 반응을 통해 엄마 역할 수행 능력을 과시하고, 다른 부모와 ‘경쟁’ 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현상이 엄마를 아빠가 대체할 수 없는 특별한 위치로 만들어 놓는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여성 혐오, 미투 같은 긴박한 쟁점에 비해 가사노동 분담은 개인적 논쟁으로 여겨져 왔다. 저자는 강조한다. “가정에서 은밀하게 지속돼 왔고, 여성을 달콤한 모성의 틀 안에 가둔 성차별주의는 가정을 넘어 삶의 모든 공간으로 확산된다. 이젠 모든 성차별에 대해 고민하고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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