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에 내신 40% 반영, 서울대의 꼼수

입력 2020-10-29 17:44   수정 2020-10-30 03:21

서울대가 현재 고1 대입부터 정시전형에 내신을 20~40%까지 반영하기로 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로 대입을 준비하던 학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앞서 교육부가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서울대가 이를 뒤집었다는 해석이다.

29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대가 발표한 ‘2023학년도 입시전형 예고’를 두고 수험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가 내놓은 2023학년도 입시전형은 그동안 수시전형에서만 뽑았던 지역균형 인재를 정시에도 선발하고, 수능 성적만 반영하던 정시 전형에 ‘교과평가제’를 도입해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20~40% 반영하는 게 골자다.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상위권 학생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고 2 학생은 “1학년 내신을 포기하고 정시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이제 재수는 어렵게 됐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한 고1 학생은 “내신 성적을 따기 어려운 학교에 다닌다면 정시와 수시에서 모두 불리해진 셈”이라고 했다.

입시업계에서는 서울대가 교육부의 정시 비중 확대 지침을 사실상 뒤집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시전형에 도입할 교과평가제도가 생활기록부를 정성 평가하는 만큼 현재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정시 지역균형전형은 교과평가 비중이 40%에 달해 학종전형과 더욱 비슷해졌다.

교육부는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들이 수시전형을 통해 ‘불공정 대입’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2022학년도 서울 주요 16개 대학의 대입 정시전형 비중을 30~40%로 올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결국 정시전형에서 학종과 같은 정성평가를 도입한다고 볼 수 있다”며 “상위권 학생들은 내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대가 정시 입시전형을 크게 바꾸면서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고민에 빠졌다. 서울 A사립대 관계자는 “다수 대학이 서울대를 참고해 입시전형을 만들어온 만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B사립대 관계자는 “올해 학생들의 입시 결과를 살펴보고 결정하겠지만, 서울대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학원 대표는 “교육부가 정시 비중을 높인 취지는 복잡해진 대입전형을 단순명쾌하게 바꾸자는 데 있었다”며 “정성평가를 정시에 도입하는 대학이 늘어나면 학생과 학부모들이 더욱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주요 대학들이 서울대를 ‘벤치마킹’할 경우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임 대표는 “연세대, 고려대 등이 따라간다면 결국 전국 대학으로 퍼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시전형에서도 ‘깜깜이 전형’이 생겨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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