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에서 한물간 액션배우인 릭(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은 단역을 전전한다. 한 촬영현장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의 촬영 순서를 기다리던 릭. 책의 내용을 묻는 여덟 살 아역배우의 질문에 갑자기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책 주인공이 ‘젊어선 최고였지만 부상을 당한 뒤 점차 쓸모가 없어지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릭은 할리우드를 떠나 이탈리아에서 ‘스파게티 웨스턴(이탈리아식 서부영화)’을 찍어보자는 캐스팅 디렉터 마빈(알 파치노 분)의 제안을 수락한다. 자신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장을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임금격차설’에 따르면 노동력은 대체로 임금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이탈리아 액션물 주연을 맡은 릭은 적지 않은 돈을 번다. 하지만 이탈리아 영화 네 편을 찍은 릭이 돌아온 곳은 다시 할리우드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한다 하더라도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지닌 매력을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실제와 달리 샤론을 살린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할리우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의 ‘희생자’로만 기억됐던 재능있는 배우 샤론을 영화에서나마 구해내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더 크게 보면 이 영화는 수많은 배우와 감독이 꿈을 품고 모여드는 기회와 낭만의 땅, 할리우드 그 자체에 대한 헌사인 것이다.
이렇듯 영화계에선 성공한 작품의 캐릭터를 활용하거나 전후 이야기를 다루는 속편이 나오는 사례가 많다. 성공한 작품의 후속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마케팅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전편이 재미있고 완성도가 높았다면 속편 역시 그럴 것으로 관객들은 추론한다. 극 중 세계관에 몰입하거나 캐릭터에 애정을 품는 팬까지 생기면 흥행은 더 쉬워진다. 시리즈 개봉 때마다 결근과 결석이 속출한다는 스타워즈(현재까지 총 11편)와 해리포터(총 8편), 마블(총 23편) 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넓게 보면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도 일종의 ‘속편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영화가 ‘경험재’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험재는 실제 소비하기 전까지는 그로 인해 얻게 될 효용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게 영화와 책 같은 콘텐츠 상품이다. 직접 극장에서 확인하거나 책을 펴들기 전까진 자신이 얻을 효용을 미리 알기 힘들다. 부품의 성능이 숫자로 표현돼 효용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컴퓨터 같은 ‘탐색재’와 다르다. 경험재 시장에서 성공한 작품의 속편이라는 사실은 선택을 앞둔 관객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크게 줄여준다.
물론 모든 속편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모(母)브랜드인 전편이 높은 브랜드 자산을 갖고 있어야 속편 제작이 가능하다. 전편의 브랜드만 가져오고 상품 내용이 크게 다르다면 관객은 실망해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전편과 속편이 너무 비슷해도 실패 확률이 커진다. 같은 상품을 반복해서 소비할 경우 추가 소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한계효용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고은이 한국경제신문 기자 koko@hankyung.com
② 영화업계에서 ‘속편은 전편만 못하다’는 2년차 징크스(소퍼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가 일반적인데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전편보다 더 흥행에 성공하는 작품들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③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처럼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경제적 요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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