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讀書三餘(독서삼여)

입력 2020-11-02 09:00  



▶ 한자풀이
讀: 읽을 독
書: 글 서
三: 석 삼
餘: 남을 여


독서하기 좋은 세 가지 여가
겨울과 밤, 비가 올 때를 일컬음-<삼국지(三國志)>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에 동우(董遇)라는 학식 깊은 사람이 있었다. 제자들이 글에 대해 물으면 “백 번을 읽으면 절로 알게 된다(讀書百編義自見·독서백편의자현)”고 답했다는 인물이다. 제자들이 그럴 틈이 없다고 투덜대자 동우가 나무랐다. “시간이 없다니 무슨 말이냐. 책을 읽는 데는 삼여(三餘)만 있으면 되지 않느냐. 밤과 겨울, 그리고 비오는 날에만 읽어도 충분하다. 겨울은 한 해의 나머지이고, 밤은 하루의 나머지이며, 비오는 날은 때의 나머지이니라”라고 했다. 책 읽기에 좋은 때로 겨울, 밤, 비오는 날의 세 여가를 꼽은 것이다. 책을 읽자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글과 마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갠 날에는 밭을 갈고, 비오는 날에는 책을 읽는다”고 한 송나라 문인 소식(蘇軾)은 자투리 시간에 글을 읽는 즐거움을 가리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맛’이라고 했다. ‘낮에는 밭을 갈고 밤에는 책을 읽는다’는 주경야독(晝耕夜讀)과도 함의가 맞닿는다.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삶은 게으른 인생의 몇 배를 사는 셈이다. 독서나 배움은 시간보다 마음가짐이 먼저다.

사마천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나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은 책을 대하는 공자의 자세를 잘 보여준다. 공자는 말년에 주역에 심취했는데, 주역을 읽고 또 읽어 ‘엮은 가죽 끈(韋編)’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三絶)는 고사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시성(詩聖) 두보는 “남자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박이정(博而精), 독서는 사람을 넓고, 그리고 깊게 만든다.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는 “내가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으니 그건 책에 의해서였다”고 했다. 오늘 게으른 자는 늘 내일이 있다고 말하고, 그 내일은 다시 내일로 미뤄진다.

공자는 “인간의 천성은 비슷한데 습(習)에 의해 멀어진다”고 했다. 습은 익히려는 자세, 사소한 습관들이다. 핑계를 찾는 데 눈을 굴리지 말고, 시간의 자투리(餘)들을 둘러보자. 하루가 쌓여 인생이 된다.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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