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인공장기로 빅데이터 확보…AI가 '항암제 효과' 알려준다

입력 2020-10-30 19:12   수정 2020-10-30 23:53

같은 암을 앓는 환자라도 항암제에 대한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어떤 환자는 특정 항암제가 잘 듣지만, 다른 환자에겐 전혀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 개인의 유전자 차이에 기반해 약물 효과를 예측하는 ‘약물유전체학’ 연구가 활발하다. 환자의 약물 반응 빅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만들어 약효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김상욱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는 암환자에게서 유래한 인공 장기 ‘오가노이드’에서 얻은 전사체(transcriptome)를 토대로 항암제 효과를 예측하는 AI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3D)으로 배양해 제조한 실험용 미니 장기다. 전사체는 세포 또는 조직에서 일정 시간 또는 상황에 따라 발현된 리보핵산(RNA) 분자의 총합을 말한다.

기존 AI 약효 예측은 암세포의 유전체만을 주로 분석해 정확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한된 정보 때문에 약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있다고 오인하기 쉬웠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방광암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암제 ‘시스플라틴’이 방광암 환자들 가운데 30% 정도밖에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어 암세포 주변에 분포하는 단백질 상호작용 네트워크를 AI로 분석하면, 약효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이를 위해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운영하는 전 세계 병원 암환자 데이터베이스인 TCGA(더캔서게놈아틀라스)에 저장된 방광암 환자 데이터를 집중 분석했다. 이와 함께 실제 방광암 환자 세포를 토대로 만든 오가노이드에 항암제를 투여한 글로벌 실험 사례를 두루 연구했다. 이어 직접 오가노이드를 제조해 시스플라틴을 투여한 뒤 효과를 확인했다. 오가노이드 제작에는 이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 신근유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연구팀은 이들 실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대장암 환자에게 적용해봤다. 그 결과 대장암 치료에 사용되는 ‘5-플루오로우라실(5FU)’ 항암제의 신규 바이오마커가 ‘BH3 단백질’이란 사실을 새로 발견했다. BH3 단백질은 세포사멸(apoptosis)에 관여한다. 방광암 치료제인 시스플라틴은 아미노산 합성에 관여하는 특정 단백질군 20여 종이 새 바이오마커로 지목됐다. 아미노산 합성이 잘못돼 생기는 방광암 외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방광암엔 시스플라틴을 투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김 교수는 “항암제 효과를 투여 전에 예측하고, 효과가 없다면 다른 치료법으로 빨리 전환함으로써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해 암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 지원사업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이번 연구에는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응용수학을 전공한 공정호 포스텍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 연구원이 제1 저자로 참여했다. 김 교수는 “다른 전공보다 수학과 통계학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시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에서 치료받고 있는 방광암, 대장암 환자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후속 연구에 착수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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