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20조 세금' 걷어찬 정부…가상화폐 거래액, 코스피의 9배 [김산하의 불개미리포트]

입력 2020-11-01 07:00   수정 2020-12-21 00:02

글로벌 가상자산(가상화폐·암호화폐) 시장의 일간 거래액 규모가 102조원을 넘겼습니다. 지난달 30일 코스피 시장 일간 거래액(11조4583억원)의 9배 규모에 달합니다. 글로벌 금융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산하면서 생긴 현상인데요.

최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소유한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은행인 싱가포르개발은행(DBS·사진)이 가상자산 거래소 ‘DBS 디지털 익스체인지’를 만들고, 세계 최대 온라인 결제 회사 페이팔이 가상자산 결제를 허용하는 등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금융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에 비트코인 시세도 연중 최고점을 잇따라 경신하고 있는데요.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비트코인 시세는 1560만원으로 한달 전 대비 약 25%가량 상승했습니다.
전세계 ‘1·2위’ 다퉜던 국내 거래소는 '잠잠'해외는 '훨훨'

지난달 31일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마켓캡닷컴에 따르면 이날 하루동안 거래된 가상자산의 총액은 102조2457억원을 기록했습니다. 2017년 가상자산 대란 당시 일 거래액 최고치(52조원)를 이미 한참 뛰어넘었습니다.

개인간 투기 거래가 성행했던 2017년과는 달리 기관투자자들과 실사용자들의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풍부한 거래량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가상자산 거래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거래소들의 일간 거래액도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비교적 잠잠합니다. 거래량이 일부 증가하긴 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친 모양새입니다. 정부가 2017년 이후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 금지 정책을 펼치면서 국내 업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과거 세계 1,2위를 다퉜던 빗썸, 업비트 등의 우리나라 거래소들은 후발 주자로 내려앉았고, 이들의 자리를 2017년 당시 국내 거래소들 보다 한참 뒤처져 있었던 중국계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와 후오비가 차지했습니다.

지난달 31일 기준 바이낸스와 후오비에서 하루 동안 거래된 가상자산 거래액은 22조 328억원에 달합니다. 두 거래소에서 코스피 시장 2배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가 매일 발생하는 겁니다. 반면 같은날 빗썸에서는 2620억원, 업비트에서는 2365억원어치의 가상자산이 거래됐습니다. 바이낸스, 후오비 거래액과 비교해보면 2% 수준에 불과합니다.
2017년 당시 국내 거래소 지위 유지했다면 ‘年 20조’ 세금 확보
만약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을 제도권에 안착시켰고, 이에 국내 거래소들이 당시 지위(세계 1~2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면 어떠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을까요.

우선 세금 납부를 통한 국가 재정 기여를 들 수 있겠습니다. 단순 비교를 위해 증권시장과 동일하게 0.25%의 거래세를 걷는 것으로 가정해 보겠습니다.

현재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낸스·후오비 거래소의 일간 거래액 22조320억원에 거래세 0.25%를 곱하면 약 550억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빗썸과 업비트가 2017년 당시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면, 거래세만 걷어도 하루에 550억원의 세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겁니다.

가상자산 시장은 24시간 365일 열려있기 때문에 주말과 공휴일에 관계 없이 매일 거래세를 가져다 줍니다. 가상자산 거래량이 현 수준을 유지만 해주더라도 1년에 약 20조750억원(550억원*365일)의 세금이 들어옵니다. 단 두 개의 거래소로부터 연간 20조원 규모의 국가 재정 확보가 가능해 지는 것이죠.

물론 국경 없이 이용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상자산 거래소 특성상 당장 증권거래세 수준의 거래세 적용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를 고려해 기존 증권거래세의 20분의 1(0.0125%) 정도의 낮은 세율부터 점진적으로 도입한다고 해도 최소 조 단위의 세수가 확보됩니다.

게다가 해당 금액은 순수하게 거래세만 계산한 금액일 뿐입니다. 거래소가 만들어 내는 영업이익에서도 20%의 법인세가 국고로 들어옵니다. 또 글로벌 1, 2위 거래소가 우리나라에 위치하면서 발생하는 수많은 부수적인 경제적 효과가 생겨납니다. 세계적 수준의 블록체인 개발자들과 다양한 가상자산 프로젝트들, 벤처캐피탈(VC) 등이 자연스럽게 유입될 것이고, 이로 인한 고용 창출 효과와 막대한 자본 유입도 기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시장·업계 살려야 정부도 안정적 재정 확보 가능

2017년 정부는 가상자산 업계를 인정하는 대신 △가상자산공개(ICO)금지 △외국인 투자 금지 △가상자산 거래소 신규 가입자의 은행 계좌 연동 금지 △정부 관계자의 거래소 폐쇄 발언 △가상자산 마진거래의 도박장 개설죄 적용 등의 강력한 가상자산 거래 억제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세계 1위를 유지했던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빠르게 쇠퇴했고, 관련 자금과 인재들은 대부분 해외로 빠져나갔습니다.

그나마 국회가 지난 3월에서야 가상자산 사업자(VASP)들의 범위와 의무를 규정한 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2020 세법개정안 발표하며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합법적인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면서 분위기가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정적 기조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업계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진 상황에서, 산업 육성이나 진흥책 등에 대한 언급 없이 의무와 조세 규정만 들이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당장 가상자산 과세 관련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가상자산 거래에 20%의 양도소득세까지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오히려 국내 거래소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자 국내 가상자산 산업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죠. 정부의 세수 확보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전체 세수가 줄어드는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017년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업계 성장에 맞춰 점진적인 형태의 과세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대신, 거위가 지속적으로 황금알을 낳을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것이죠.

재정경제부(전 기재부) 세제실장 출신의 김용민 한국블록체인협회 세제위원장은 "양도소득세는 조세원리상 타당하며 국제 기준에도 부합하지만, 과세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거래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당장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일단 낮은 수준의 거래세를 도입해 과세 인프라 정비와 세수 확보를 해나가면서, 향후 과세 인프라가 정비된 시점에서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기사는 11월 1일(01:31) 블록체인·가상자산 정보 플랫폼(앱) '블루밍비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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