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사례" vs "60%는 중국산"…국내 최대 태양광단지 가보니

입력 2020-11-01 11:27   수정 2020-11-01 13:49


지난달 30일 찾은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태양광발전단지. 목포 KTX역에서 30분 가량 버스를 타고 단지에 진입하니 끝없이 늘어선 태양광의 행렬이 방문객들을 반겼다. “땅의 끝과 하늘이 만나는 지평선(地平線)처럼, 끝없이 펼쳐진 태양광이 하늘과 맞닿아 있어 광평선(光平線)이라고 부를 만 하다”는 한 직원의 말에 수긍이 갔다.

이 곳의 특징은 '최대 규모, 최첨단 태양광'이라는 말로 요약된다. 지난 3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이곳의 발전 용량은 9만8000kW로 국내에서 가장 크다. 낮에만 발전하는 태양광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30만6000kWh 용량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설치하고, 화재 예방 기술을 도입했다. 덕분에 인근 해남군과 영암군 12만4000여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1년 내내 공급할 수 있다. 전선은 모두 땅에 묻고 공원을 조성해 경관 훼손 및 민원을 최소화했다. 태양광 시설의 현존하는 단점을 최대한 보완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역설적으로 국내 태양광의 한계도 드러냈다. 땅을 뒤덮은 태양광 가운데 59%는 중국산이었다. 경제성을 보장할 수 있는 넓은 면적을 확보한 것은 해남의 땅값이 워낙 저렴한 데다 중앙정부와 전남도가 집중 추진하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수혜를 입은 덕분이다. "전북 새만금을 제외하면 이제 한국에 태양광을 이만큼 크게 지을 수 있는 땅은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철새 도래지 근처에 태양광을 지으면서 배설물로 인한 발전효율 저하도 예상됐다. 솔라시도 태양광단지의 명암(明暗)을 살펴봤다.
해남·영암 전력 자급 가능…"관광지로도 손색 없어"


솔라시도 단지에 처음 들어서면 가도 가도 나오는 태양광에 먼저 놀라게 된다. 가을에 방문했고, 아직 조경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더욱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한 방문객은 "화성에서 생존하는 우주인의 얘기를 다룬 영화 '마션'같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로 놀라운 특징은 가운데에 위치한 15만㎡ 규모의 정원이다. 정원과 상하좌우 연결도로 대신 태양광을 깔면 수십만kW 규모의 발전용량을 더 확보할 수 있었지만, 해남에 새로 들어서게 될 신도시의 주제인 '정원 도시'를 만들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솔라시도 단지 관계자는 "한국의 각종 태양광 관련 단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건설 중인 단지를 구경하러 자주 찾아왔다"며 "방문객들이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혐오시설이 아닌 건 물론이고 관광자원이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상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 22~23일 해남을 방문하면서 이곳을 찾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솔라시도 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으로는 해남군과 영암군 인구 12만4000여명, 6만3000여세대에 1년 내내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낮은 물론 밤에도 마찬가지다. 태양광이 생산하고 남는 전력으로 용량이 30만6000kWh에 달하는 ESS를 오후 4시까지 충전하고, 해가 지고 난 뒤에는 충전해놓은 전기를 쓰면 돼서다. 이렇게 생산된 전력이 공짜는 아니지만 주민들도 솔라시도 단지 건설을 반기고 있다. 사업비의 8%를 인근 주민이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충당해 주민들이 수익이 나면 이를 함께 받을 수 있어서다.



ESS의 치명적인 단점인 화재 위험도 독자적인 설계를 적용해 철저히 예방했다는 설명이다. 이곳의 ESS 시설은 삼성SDI가 지었다. 산업부가 화재 예방을 위해 적용하는 각종 조건을 충족한 건 물론, 아예 각 ESS 시설을 20개 동으로 분리했다. 이로 인해 한 동에 불이 나 전소되더라도 나머지 19개 동은 전혀 피해가 없도록 조치했다는 설명이다. 시설 관계자는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 있다"고 자신했다.
"중국산 59%" 국내 태양광 현주소 여실히 드러나

솔라시도 단지에서는 국내 태양광 사업의 한계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전체 태양광 중 59%(130억원 상당)이 중국산이라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솔라시도 단지에 따르면 전체 태양광의 59%를 차지하는 5만7800kW는 중국 기업인 징코솔라의 모듈을 쓴다. 한솔테크닉스 제품은 41%인 4만300kW규모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억지로 국산 설치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단지 관계자는 "처음에는 단가 등의 문제로 중국산 모듈만 사용할 예정이었지만,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설계변경까지 했다"며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 능력에 한계가 있어 건설기간까지 3개월여 연장했지만 41%가 한계였다"고 설명했다.

당초 솔라시도 단지가 중국 모듈을 쓰려고 했던 것은 중국산이 국산 대비 10%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가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에 맞춰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사기간까지 연장했지만, 납기 등의 문제로 이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태양광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태양광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퍼붓고 있는데, 한국산 태양광이 중국산의 가격경쟁력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솔라시도 단지가 무난하게 해결한 대규모 부지 확보 및 주민 수용성 문제도 다른 현장에서는 여전하다. 솔라시도 단지는 2005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도중에 부침도 많았지만 결국 지방정부의 강력한 의지 덕분에 부지 매입 및 수용 등이 무난하게 해결됐다. 부지가 바다를 매립한 간척지여서 염해 때문에 벼농사 등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점도 건설의 당위성을 높여 줬다. 게다가 해남은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저렴한 편이다. 이런데도 솔라시도 단지는 송전선 등을 전부 땅에 묻는 등 막대한 금액을 들여 지중화를 진행했다. 송전선로 지중화 등으로 이 단지의 손익분기점이 7년 뒤에서 11년 뒤로 미뤄졌을 정도로 큰 돈이 들었다.

반면 다른 대부분의 태양광 단지들은 이렇게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다. 태양광이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이 지역 주민들에게 깊이 뿌리박히면서 부지 확보조차 쉽지 않다. 부지를 확보한다 하더라도 한전으로 태양광 전력을 보낼 선로를 깔아야 하는데, 신청이 밀려 있어 3년 뒤에도 깔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이 과정에서 허가를 받지 못해 땅만 사놓고 시설을 올리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솔라시도 단지의 태양광 발전 여건이 국내에서 가장 좋은 편이긴 하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태양광 시설 일부에는 철새도래지인 해남에 찾아오는 조류의 배설물이 묻어 있었다. 조류 배설물 등이 묻으면 태양광의 발전 효율이 저하되면서 수익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 솔라시도 단지는 빗물을 통해 자연적으로 패널을 세척한다는 방침이다. 인근 호수와 바다 등의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단지 관계자는 "태양광 시설이 워낙 넓어 크게 효율이 저하되지 않으면 청소하는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남=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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