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듯 밀고 당기는 탱고 선율…반도네온으로 적시는 가을밤

입력 2020-11-01 16:45   수정 2020-11-02 00:27


19세기 후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유럽 이민자들로 북적였다. 선원들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서로 껴안고 춤을 췄다. 탱고의 시작이다. 춤에 기원을 두다 보니 클래식보다 반 박자 빠르고 선율 변화가 잦다. 흥겹지만 쓸쓸함이 배어 있다. 타지에서 느끼는 고독함을 풀어내야 해서다. 얄궂고 복잡한 곡을 연주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악기가 있다. ‘반도네온’이다.

“정제되지 않고 투박한 선율이 매력으로 다가와요. 듣다 보면 금세 슬퍼집니다. 앙칼진 매력을 지녔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합정동 카페에서 만난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38·사진)는 반도네온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아르헨티나 손풍금’ 격인 반도네온은 연주자들에겐 ‘악마의 악기’로 통용된다. 연주하기 까다로워서다. 70여 개 건반(키)을 쉴 새 없이 눌러 140여 개 음을 낸다. 정확한 음을 소리 내는 것조차 어렵다. 앞선 음에 따라 같은 음표라도 건반을 달리 눌러야 해서다. “연주도 어렵지만 편곡도 힘들어요. 탱고 악단에 맞게 악보를 고치는 일도 고역이죠.”

고상지가 반도네온을 들고 탱고의 매력을 선보인다. 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신영체임버홀에서 열리는 ‘밋 더 아티스트’ 무대를 통해서다. 이날 공연에서는 카를로스 가르델의 ‘포르 우나 카베차’와 탱고 거장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 ‘리베르 탱고’ 등을 들려준다.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와 재즈 피아니스트 최문석이 협연한다. 악기 이름만 들어도 생소하다. 국내에 연주자가 몇 없다. 고상지는 KAIST에서 토목공학과 산업디자인을 배우던 중 반도네온을 처음 접했다. 2005년 피아졸라의 단짝 피아니스트 파블로 지글러가 반도네오니스트 발터 카스트로와 함께한 내한공연에서다. 반도네온에 매료된 고상지는 그길로 학교를 중퇴하고 독학에 나섰다.

올해 코로나19로 공연은 줄었지만 오히려 공연 이외의 일로 바빴다고 했다. 내년이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이어서다. “올해 말 4집을 낼 예정이에요. 피아졸라 명곡들을 선보일 겁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반도네온 협주곡 등을 담았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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