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조작을 조작이라 하면 소송한다는 산업부

입력 2020-11-01 16:59   수정 2020-11-02 00:11

“앞으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기사는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검토하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이 게재한 칼럼에 대해 이런 입장을 담은 자료를 냈다. 해당 칼럼은 산업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을 압박했고 이로 인해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지난달 20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다룬 기사였다.

산업부는 이 입장 자료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절대로 조작하지 않았다고 강변했다. 산업부는 “경제성 평가는 어떤 변수와 모형을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방법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일부 검토가 미흡했더라도 조작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 보고서에도 조작이란 표현은 없고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는 말만 있다”며 “이를 두고 조작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하지만 산업부의 이런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어사전을 보면 조작은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드는 것’을 뜻한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등장하는 각종 증거자료와 진술을 살펴보면,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는 이런 사전적 의미에서 조작됐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부와 한수원은 ‘전체 원전 이용률’은 높게 예측하면서 ‘월성1호기 이용률’은 낮춰 예측하고 인건비와 수선비가 실제보다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각종 변수를 경제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일관성 없이 적용했다. 경제성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에도 이런 변수를 사용하라고 적극 압박했다.

2018년 5월 30일 작성된 산업부 내부 문서에는 ‘월성 1호기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올 필요’라는 문구마저 있다. 조작 의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구절이다. 비록 감사원이 ‘불합리하게 저평가’라고 에둘러 표현했지만 이런 전후 맥락을 가장 정확히 설명해주는 단어가 ‘조작’ 말고 무엇이 있을지 의문이다.

산업부는 “조작은 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감사원 보고서 내용에 대한 설득력 있고 구체적인 해명은 이때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작이라는 단어를 쓰는 언론의 입은 틀어막으려 한다.

산업부가 정말 조작이 누명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이라도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증거자료 및 진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해야 한다. 그리고 떳떳하다면 산업부 공무원들은 왜 그토록 감사원 감사를 방해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도설득력 있는 대답을 내놔야 한다. 감사 당일 새벽 담당자는 정부세종청사에 숨어 들어가 다른 직원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 444건을 몰래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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